로버트 케네디 미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로버트 케네디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약국 및 편의점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진통제인 타이레놀(Tylenol)을 임신부가 사용하는 것이 태아의 자폐증과 잠재적으로 연관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Wall Street Journal)이 5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HHS, Health and Human Services)가 이달 중 발표 예정인 해당 보고서에서는 자폐증의 잠재적 원인으로 중요 비타민인 엽산의 낮은 수치와 임신 중 복용한 타이레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했다.
임신 중 타이레놀 사용과 관련해 앞선 일부 연구들은 태아 발달에 대한 위험을 시사했지만, 다른 연구들은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덧붙였다.
미 산부인과학회(ACOG,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는 임신 중 타이레놀 사용이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모든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임신부가 사용하기 전 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고한다.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을 주성분으로 하는 대표적인 일반의약품 진통제로, 제약사 켄뷰(Kenvue)의 자회사가 제조하고 있다.
이번 보도 이후 켄뷰 주가는 이날 오후 장중 10퍼센트(%) 급락했으며, 켄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속적으로 과학을 평가해왔다"면서도 임신 중 타이레놀 사용과 자폐증의 연관성에 대해 "인과 관계가 없다고 (계속) 믿고 있다"고 씨엔비씨(CNBC, Consumer News and Business Channel) 방송에 밝혔다.
한편, 로버트 케네디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자폐증 유행의 원인을 9월까지 규명하겠다며 전 세계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검사 및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져 있으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데이비드 가이어를 미 보건복지부(HHS)의 '수석 데이터 분석가'로 고용하기도 했다.
케네디 장관은 미국에서 자폐증 아동 비율이 2천년 150명 중 1명 꼴에서 최근 31명 중 1명 꼴로 늘었다는 통계를 들어 자폐증 유행이 심각하다고 평가하고, 백신 접종을 받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자폐증 발병률을 비교하며 백신 접종 시 발병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폐증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진단 및 검사 자체가 늘어난 것이 통계상 발병 증가의 주요 배경일 수 있으며, 통상 아동 예방접종 권고를 따르는 가정의 경우 의료 서비스나 의사와의 접촉 빈도가 높아 자폐증을 조기에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미 보건복지부(HHS) 대변인은 이날 보도에 대해 "우리는 미국의 전례 없는 자폐증 발병률 증가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표준적인 과학을 사용하고 있다"며, 최종 보고서 발표까지 보고서 내용에 대한 어떠한 주장도 추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