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핵심 권한 중 하나인 보완수사권 유지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7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된 정부 조직 개편안에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가 명시되지 않아, 향후 여당, 야당, 검찰, 경찰 등 관계 기관 간 치열한 논의와 견해차가 예상된다.

검찰은 정치 수사 등으로 논란이 된 직접수사 기능은 양보할 수 있더라도, 수사 지연 방지, 공소 유지, 그리고 수사기관 간 견제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보완수사권만큼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지연 문제가 이미 심화된 상황에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할 수 없고 경찰에 단순히 '요구'만 할 수 있게 된다면, 사건 처리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책임 전가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형사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20년 142.1일에서 수사권 조정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해에는 312.7일에 달했다.

사건 접수부터 보완수사를 거쳐 최종 처분까지 걸리는 시간이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진다면, 경찰과 보완수사 요청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건 처리가 계속 지연될 것이며, 특히 시간 제약이 있는 구속 사건의 경우 부실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도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여 사건이 경찰로 내려가면 사건번호가 새롭게 부여되는데, 이는 책임감 있는 사건 관리를 어렵게 하여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거나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도 조금 복잡한 사건은 처리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직접 자료를 정리해 가져다줘야 겨우 들여다본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온다"며 "결국 '돈 없고 힘없는' 일반 시민들의 사건 처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짚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구속 사건의 경우, 경찰에 다시 사건을 내려보내 보완수사를 요구하려면 구속 기한 문제로 인해 피의자를 석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 대검찰청 CG.사진=연합뉴스


더 나아가, 검찰이 이의신청 및 항고 사건에 대해서도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되면 사법적 통제에 공백이 발생하고, 검찰의 수사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없게 되어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건에 대해 고소인이 검찰에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고, 지방검찰청이 불기소한 사건에 대해 항고를 하더라도 고등검찰청이 보완수사를 하거나 지검에 재기 수사를 명령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사실상 최종 결론으로 굳어져, 수사 결론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경찰 수사에 미흡한 점이 발견되었을 때, 검찰이 추가 압수수색, 계좌 추적, 피의자·피해자 재조사, 과학수사 등을 통해 보완한 후 기소하며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온 견제 및 경쟁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검사는 증거가 부족하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면 불기소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이득을 볼 사람은 범죄자이고, 피해를 볼 사람은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불기소하면서 '경찰의 수사 부족으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했다'고 적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검찰 내부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수사 단계뿐만 아니라 기소 이후 재판에서의 공소 유지 역량 저하로 직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표명되고 있다.

수사 및 공판 경험이 풍부한 다수의 검사들은 경찰의 송치 기록만으로는 재판에서 피고인 및 변호인단의 주장에 대응하거나 적정한 형량을 구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경찰이 피의자의 범행 자백만을 토대로 사건을 송치하여 기소했으나 재판에서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할 경우, 과거에는 검찰이 즉시 추가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재판에 제출할 수 있었지만 보완수사권 없이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진다.

재판에서 증인이 불출석하거나 위증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수사 검사, 공판 검사, 경찰 중 누가 주도적으로 대처하고, 사건의 미흡한 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애매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기소 후에도 보완수사 요구가 반복된다면 재판 진행에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무죄가 선고될 경우 책임질 주체도 모호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