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총리 퇴임 기자회견 보는 일본인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사임 의사를 표명한 7일 일본인들이 이시바 총리 기자회견 방송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일 협력 강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왔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 등에 따른 퇴진론을 이기지 못하고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시바 총리, 한일관계 중요성 강조 속 퇴진

이시바 총리는 보수 정당인 집권 자민당 내에서 역사 인식이 비교적 온건한 '비둘기파'로 평가되어 왔다.

그는 국회 연설 등에서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서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외교 성과를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결실 있는 회담을 했다"고 언급하는 등 마지막까지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10월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올해 1월 한국 방문을 추진했으나, 작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행선지를 동남아시아로 변경한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대면 회담과 전화 통화 등을 통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며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그는 6월 주일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도 참석하여 "한일 협력의 저변을 넓히면서 그동안 만들어 온 교류의 장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이시바 총리는 캐나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고 귀국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장에 '깜짝'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차기 총리 향방 따라 한일관계 불확실성 증폭

교도통신은 이재명 대통령이 8월 일본을 방문하여 이시바 총리와 회담하고 한일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협력을 막 확인한 참이었다며, "한국에서 이시바 총리는 역사 문제 등에서 비교적 온건하다고 알려져 퇴진 후 한일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올 듯하다"고 해설했다.

취임 이후 한국을 직접 찾지 않았던 이시바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처럼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한국을 방문할 수도 있으나, 방한이 성사된다 해도 이미 물러나기로 한 터라 양국 관계 발전 동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시바 총리는 전후 80년을 맞아 개인 명의의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당내 보수파의 반발에 밀려 사임하는 형국이라 메시지 발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일본 총리가 누가 되든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고, 북한, 중국, 러시아가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계기로 결집하는 등 동북아시아 안보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차기 총리가 한일관계 중시 방침에 극적인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유력한 차기 자민당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모두 패전일이었던 지난 8월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특히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한국과 갈등을 빚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 노선을 따르고 있으며, 작년 총재 선거 당시에도 총리가 되어도 야스쿠니 신사를 계속 참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그가 집권할 경우 한일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이시바 총리 사의 표명에 대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일본 국내 정치에 관한 사항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