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수원고법 전경.사진=연합뉴스

근로자들의 방사선 피폭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당국이 삼성전자에 부과했던 3천만원의 과태료를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노동당국 스스로 피폭 근로자들을 '직업성 질병자'라고 표현한 점 등을 취소 판결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최근 삼성전자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이 부과한 과태료에 불복하여 제기한 소송에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 판단 기준과 행정당국의 법령 해석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건은 지난해 5월 27일(현지시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 소속 근로자 2명이 방사선발생장비를 정비하던 중 방호장치 불량으로 방사선에 피폭되는 재해를 당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또는 부상자나 직업성 질병자 10명 이상 발생 시 해당된다.

피해자들의 피폭을 '부상'으로 간주한 경기지청은 사고 발생 후 3개월이 지나 중대재해 요건이 충족되자 삼성전자에 중대재해 긴급 보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피해자들이 '부상자'가 아닌 '질병자'라고 주장하며 별도의 중대재해 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에 경기지청은 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 2항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삼성전자가 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 2항이 목적으로 하는 바를 달성할 만한 조치를 이미 이행했기에 과태료 부과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삼성전자가 재해 발생 다음 날 피해자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즉시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재해 사실을 보고한 점을 인정했다. 또한 지난해 6월 7일에는 재해 발생 개요 및 원인, 재발방지계획 등이 포함된 '산업재해조사표'를 담당 행정청에 제출한 사실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특히 법원은 담당 행정청인 경기지청이 지난 2024년 8월께 '직업성 질병자' 2명 이상 발생을 이유로 삼성전자에 안전보건개선계획 수립·시행 명령을 통지한 점을 반복하여 언급했다.

재판부는 "방사선 화상이 산업안전보건법의 '부상' 또는 '질병'에 해당하는지는 법령 해석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담당 행정청도 피해자들을 '직업성 질병자'로 표현했다"며 "그런 만큼 삼성전자가 이번 사건이 중대재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중대재해 보고를 별도로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반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초기 수사 시 '직업성 질병자'라는 표현은 방사선 노출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후 의사의 소견, 현장 조사 및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이번 재해를 '부상'으로 보고 중대재해로 판단한 것"이라며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도 그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