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출력 고체엔진시험 참관
북한은 지난 8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미사일총국이 화학재료연구원과 함께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발동기(엔진) 지상분출시험을 또다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9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에 탑재될 탄소섬유 고체엔진의 '마지막 시험'을 진행하며 핵무기를 앞세운 대미(對美) 압박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새 고체엔진을 탑재한 '화성-20형' ICBM이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되거나, 미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ICBM 시험발사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신형 고체엔진 최종 시험 성공, 김정은 참관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전날 "탄소 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김정은의 첫 공개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통신은 이번 시험이 아홉 번째로 개발 공정에서의 마지막 시험이라 강조하며, 발동기 최대 추진력이 1천971킬로뉴턴(kN)이라고 엔진 성능을 과시했다.

북한은 이달 초 이 고체엔진을 '화성-19형' 계열들과 다음 세대 ICBM인 '화성-20형'에 이용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정은, 대출력 고체엔진시험 참관
북한은 지난 8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미사일총국이 화학재료연구원과 함께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발동기(엔진) 지상분출시험을 또다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9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대미 메시지 성격 강해... 향후 도발 가능성 점화

노동신문에는 세부 제원에 대한 서술 없이 간략하게 다뤄졌다는 점에서, 통일부 당국자는 "두 매체의 보도 내용 차이와 중국 전승절 참석 직후 공개한 시점에 비춰 이번 시험을 대외용, 대미(對美) 메시지의 성격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국가 핵무력 확대 발전에 관한 우리 당과 정부의 전략적 구상에 대하여 피력하시면서 일련의 중대한 과업과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는데, 전문가들은 새 고체엔진을 장착한 ICBM에 대한 향후 계획이 담겼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김정은은 탄소섬유 고체엔진 개발을 "경이적인 결실"이자 "국방 기술 현대화 사업에서 가장 전략적인 성격을 띠는 성과"라 강조하며 "핵 전략 무력을 확대 강화하는 데서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미사일 엔진 개발 연구소 방문
북한 김정은이 지난 1일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발동기 제작 및 지상분출시험 결과를 보고받고 계열생산토대구축 문제를 협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2일 보도했다.


◆ 전문가 분석...핵보유국 인정 압박, 다탄두화 의도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언급은) 지상발사 실험 과업이나 아홉 차 당대회에서 제시할 새로운 국방력 발전 계획에 ICBM 생산을 포함할 것을 지시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마지막' 언급은 조만간 고체 엔진의 '화성포-20형' 시험발사를 예고한 것"이라며 "대미 협상을 앞두고 핵 보유국 인정을 압박하기 위해 연내 시험발사 가능성이 다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군사전문기자 출신)은 이번 시험에서 애초 계획했던 신형 고체 엔진의 최대 추진력(1천960킬로뉴턴(kN))보다 더 향상된 수치(1천971킬로뉴턴(kN))를 보였다고 언급하며 북한이 고체 엔진 개발 기술력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탄두로 추정되는 탄두부, 신형 대출력 고체엔진 공개는 북한의 전형적인 살라미식 긴장 고조 선전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ICBM.사진=연합뉴스


◆ 다탄두 ICBM 개발 위한 포석과 러시아 기술 이전 가능성

북한은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계기로 '화성-20형'을 앞세워 핵 무력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화성-20형'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를 전후해 시험발사 진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북한은 새 엔진의 지상분출 시험을 진행한 뒤 이 엔진을 장착한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1~4개월 뒤에 진행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작년 10월 31일 '화성-19형'이 마지막이었으며, 만약 신형 ICBM 발사에 나선다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 된다.

기존 '화성-18형'이나 '화성-19형'도 사거리가 1만5천킬로미터(km)에 달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음에도 엔진 출력을 더 높이는 것은 다탄두 ICBM을 개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다탄두 ICBM은 탄두부에 여러 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어 여러 곳을 타격할 수 있고, 단탄두에 비해 요격하기도 까다롭다.

또한 탄소 섬유는 기존 금속 엔진보다 중량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고열·고압을 견딜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러시아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Korea Institute for Defense Analyses) 핵안보연구실장은 "다탄두화는 요격을 어렵게 하며 탄소 섬유 소재는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고열·고압을 견디게 한다"며 "둘 다 안정적인 미 본토 타격의 필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탄소 섬유 기술은 군사뿐 아니라 민간에도 많이 활용돼 러시아 입장에서도 기술 이전에 부담이 적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