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런던 도심서 열린 반이민 집회.사진=연합뉴스
영국 런던 도심에서 토미 로빈슨 주도의 반이민 집회가 열리고 약 11만 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이번 집회는 '왕국 통합' 슬로건으로 표현의 자유 수호와 불법 이민 반대를 주요 취지로 진행됐으며, 경찰 추산 참가 인원은 예상 규모를 초과해 화이트홀과 트라팔가 광장 주변으로 확대됐다.
영국 BBC와 가디언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집회는 현지시간 13일 낮 시간대에 집중됐고 일부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로 26명 경찰관이 부상당했다.
토미 로빈슨은 엑스(X, 구 트위터)에 "오늘 런던은 우리의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당당히 서 있다"고 밝혔다.
로빈슨은 영국 반이민 운동가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집회를 통해 불법 이민 유입 중단과 자유 발언권 회복을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화이트홀 주변에 모여 영국 국기와 잉글랜드 상징인 세인트 조지 십자(붉은색과 흰색 십자), 스코틀랜드 십자, 웨일스 국기 등을 흔들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겨냥한 비판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등장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착용한 이들도 다수 목격됐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상징으로 이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는 '(난민) 보트 중단'과 '본국 송환' 등의 문구가 새겨진 팻말과 깃발을 들고 불법 이민자 유입 반대를 촉구했다.
13일 런던 집회에 등장한 찰리 커크 사진.사진=연합뉴스
집회 참가자들은 지난 10일 미국 유타주 유타밸리대 토론회에서 총격으로 숨진 미국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를 애도하는 행사를 가졌다.
가디언은 "찰리 커크의 살해 사건이 반이민 집회의 지지 세력 결집에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집회에는 프랑스와 독일, 덴마크의 반이민 정치인들도 참석해 영국 반이민 세력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프랑스 반이민 정치인 에리크 제무르는 연단에 올라 "우리 민족의 자유가 위험에 처해 있다"며 "여러분과 우리는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들에 의해 식민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대안당(AfD, Alternative for Germany·독일 대안당) 소속 페트르 뷔스트론 연방의회 의원은 "여러분의 적이 우리의 적이며, 여러분의 싸움이 우리의 싸움"이라고 지지를 표했다.
영국 반이민 정당을 공개 지지해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화상 연결을 통해 군중에게 연설했다.
그는 "나는 영국에 반드시 정부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선거가 언제든 간에 그 시간을 더 기다릴 수 없다"며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의 친구 찰리 커크가 이번 주 냉혈하게 살해당했고 좌파 사람들은 이를 공개적으로 축하하고 있다"면서 "좌파는 살인의 정당으로, 우리가 상대하는 이들은 바로 그런 자들"이라고 말했다.
13일 런던 집회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한 모습.사진=연합뉴스
반이민 집회에 맞서 러셀 광장 근처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단체의 파시즘 반대 시위가 열렸다.
약 5천 명의 참가자는 '극우에 맞서는 여성들', '토미 로빈슨 반대', '난민 환영' 등 구호를 적은 팻말을 들었다.
런던 경찰은 양측 충돌이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런던 전역에 1천600명 이상의 경찰관을 배치했다.
이날 집회 도중 일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성명에서 "경찰관들은 발길질과 주먹으로 폭행당했으며, 병, 조명탄 등이 투척됐다"며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반이민 집회 참가자 가운데 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참가자 샌드라 미첼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나라와 자유로운 발언을 되찾고 싶다"며 "불법 이민을 막아야 한다. 토미를 믿는다"고 말했다.
미첼의 발언은 집회 참가자들의 주요 목소리를 대변하며, 불법 이민 유입으로 인한 국가 정체성 위협과 표현의 자유 제한을 주요 불만으로 꼽았다.
이번 집회는 영국 내 반이민 정서가 고조된 가운데 열린 것으로, 로빈슨의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로이터 통신은 영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망명 신청을 처리하는 가운데 이민 문제가 경제 침체 우려를 제치고 주요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넘어온 불법 이민자는 2만8천명에 달한다.
영국해협을 사이에 두고 불법 이주민 문제로 갈등을 겪어 온 영국과 프랑스는 지난 7월 체결한 '원 인, 원 아웃'(One in, one out·하나 들어오면 하나 나감) 협정에 따라 내주 처음으로 이민자 송환에 나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체결한 이 협정은 영국이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건넌 불법 이주민을 프랑스로 송환하고 같은 수의 이주민에게 영국 망명을 허용하는 정책이다.
영국 내무부 대변인은 "새로운 영국-프랑스 협정에 따라 소형 보트로 건너 온 사람들은 이제 구금돼 프랑스로 송환될 수 있다"며 "첫 송환이 곧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PA 미디어(PA Media, Press Association Media)가 전했다.
AFP 통신은 한 프랑스 공항 관계자를 인용해 영국에서 "다음 주 초" 첫 이민자를 송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