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계 개편 반대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원과 직원들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핵심 제재 권한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돼 금융 시장의 혼란과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중징계 결정 권한마저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산하 제재 심의 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에 이어 고유 권한마저 잃게 될 처지에 놓여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4일 정치권과 금융당국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회사 임원에게 내려지는 '문책경고'와 일반 직원에 대한 '면직' 처분을 금감위의 의결 사항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간 업권별로 제재 권한이 달라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며 "업권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제재 권한 정비"라고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상은 금감원의 독립적인 제재 권한을 축소하고 금융위로 권한을 집중시키려는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현재 금융지주사와 금융투자업 임원에 대한 중징계는 금융위 의결을 거치지만, 은행과 보험사 임원의 경우 '문책경고'까지 금감원장 전결로 처리가 가능했다.
특히 '문책경고'는 3년간 임원 자격이 제한되는 치명적인 제재로, 최고경영자(CEO) 등 금융권 주요 인사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반대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원과 직원들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금융위의 조치에 대해 금감원 내부에서는 강력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금감원은 "검사권을 가진 조직이 제재 기능까지 일관되게 수행해야 실효성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전결권은 금융 시장의 공공성이 큰 사안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금융위의 권한 이관 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해체를 앞둔 금융위가 조직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금감원의 핵심 역할을 빼앗으려 한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정부 조직 개편을 빌미로 한 금융위의 '조직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재권과 더불어 금감원의 핵심 기능인 분쟁조정 역할까지 금융위로 이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금감원 내에 설치된 분쟁조정위원회는 금감원 부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나, 정부는 향후 금감위가 위원장을 임명하는 형태를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금감원의 고유 권한과 역할이 지속적으로 침해당할 경우, 금융 시장 감독과 분쟁 조정 기능의 독립성과 실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태완 금감원 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로비 시위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이 이런 부분은 막아서 실질적인 결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하며 금감원의 강력한 저항 의지를 밝혔다.
이번 조직 개편 논의는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권한 갈등을 재점화시키며, 금융 시장 전반에 예상치 못한 진통과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