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정국' 전운…불붙는 세법 전쟁(CG).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첫 세제개편안이 벌써부터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히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부자 감세'를 되돌려 세수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성 압력이 가중되면서 재정 운용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 정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종목당 50억 원'으로 대폭 완화했던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환원하려던 방침이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조만간 당정 협의를 통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재조정할 예정이며, 현행 50억 원 기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시장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큰손 투자자들의 연말 매물이 일반 개미 투자자까지 손실을 보게 한다"는 정치권의 압력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결과로 풀이된다.

3,400선 턱밑까지 치솟은 코스피…사상최고치 경신
개장하자마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코스피가 장중 거듭 최고 기록을 경신한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51.34포인트(1.54%) 오른 3,395.54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세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3,344.20)를 큰 폭으로 갈아치운 것이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회견에서 "특정한 예외를 제외하면 한 개 종목 50억 원을 사는 사람은 없는데, 50억 원까지 면세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고 지적한 바 있으나, 이러한 입장은 정치적 현실 앞에서 힘을 잃는 모습이다.

'주식 거부'(巨富)까지 면세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시장 경제 이해 부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高)배당을 유도하려던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안 역시 포퓰리즘성 압력에 직면했다.

정부는 최고 45%의 금융소득종합과세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려 했으나, 정치권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20%대' 세율을 요구하며 추가 감세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상호금융 예탁금·출자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합리화하려는 조치도 업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농어민을 제외한 고소득 준조합원에게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하여 과도한 면세 혜택이 부유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예탁금 이탈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미용성형 의료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를 예정대로 종료하려는 방침에는 의료계가 반발하며 'K-의료관광' 경쟁력 약화를 주장하고 있다.

특정 산업계의 이익과 직결된 사안임에도, 현 정부의 정책은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보다는 단기적 세수 확보와 정치적 비난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욱이 금융·보험업계는 수익금 1조 원 초과분에 적용하는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0%로 인상하려는 개편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PG).사진=연합뉴스


이대로 개편안이 확정되면 5대 은행은 지난해 기준 약 4천758억 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등,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응능부담 원칙과 조세형평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지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투자 심리를 꺾을 수 있는 직접적인 증세에 대한 업계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시작부터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것은 현 정부의 경제 철학과 방향이 시장 현실과 괴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친시장 정책을 외면하고, 일방적인 '세금 증대'와 '포퓰리즘성 압력'에 휘둘리는 정책 기조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의 활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잠재성장률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

정부는 '나라 곳간' 운영에 대한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기보다,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과 투자를 장려하는 근본적인 친시장적 정책 전환으로 경제 위기를 돌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