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이아이(AI, 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와 초혁신경제를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우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국내총생산) 4만달러(약 5천600만원) 시대를 앞당기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와 산업 혁신 정체로 목표 달성이 2027년 이후로 밀리고 있다.
14일 관계 당국과 기관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올해 3만7천430달러(약 5천240만3천원)로 대만(3만8천66달러, 약 5천329만2천원)에 636달러(약 89만원) 뒤지며, 2003년 이후 22년 만에 역전을 허용할 전망이다.
2018년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년에 1인당 GDP 4만달러(약 5천600만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저출산·고령화 심화, 제조업 혁신 지체로 목표 시점이 지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경제협력개발기구)와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2028년을 예상했고, 정부는 지난달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7년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국제통화기금)은 2029년으로 전망하며,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에 육박하는 약세가 지속되면 더 늦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만은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한 초고속 성장으로 1인당 GDP 4만달러(약 5천600만원)를 내년에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통계청(DGBAS, Directorate-General of Budget, Accounting and Statistics·예산회계통계총국)은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8.01%를 기록하며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고 밝혔으며,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4.45%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ㆍ자동차 수출 호조에 7월 경상수지 흑자
반도체·자동차 수출 호조 등과 함께 지난 7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7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7억8천만달러(약 15조원) 흑자로 집계됐다. 6월(142억7천만달러)보다 줄었지만,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일 뿐 아니라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27개월 연속 흑자 기록이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은 2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0.7%, 작년 동기 대비 0.6% 증가에 그쳤다.
정부는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0.9%, 내년을 1.8%로 전망하며, OECD 기준 잠재성장률(1.9%)을 밑돌 것으로 봤다.
저출산·고령화는 1인당 GDP 성장의 주요 걸림돌이다.
통계청은 2016년 합계출산율이 1.18명에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23년 0.72명까지 하락 후 2024년 0.75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8년간 하락세가 이어지며 인구 위기가 심화됐다. 제조업 혁신도 정체되며, 주력 산업은 선박, 석유제품, 승용차, 반도체에 머물렀고, 시스템 반도체는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잠재성장률은 2010년 3%대에서 올해 1%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급증한 노인 줄어든 어린이…4살 이하 200만명 미달 (CG).사진=연합뉴스
정부는 AI와 초혁신경제를 통해 총요소 생산성을 높여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려 한다.
그러나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저출산·고령화 속도와 노동생산성 정체, 고부가가치 산업 재편 실패로 대만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은 AI 섬을 목표로 반도체를 주력으로 육성하며 잠재성장률 3%를 웃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을 초혁신아이템에 투자해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면 대한민국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출산과 국민연금 고갈 등 구조개혁 과제가 뒷전으로 밀리며 AI 중심 전략의 한계가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구조개혁 없이는 기술 혁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