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재석 경사 빈소 조문하는 해경 동료들.사진=연합뉴스

◆ 동료들의 폭로… 파출소장·서장의 함구 지시

갯벌 고립 노인 구조 중 순직한 고(故) 이재석(34) 경사 동료 4명이 15일 인천 동구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경 내부에서 사건 진실을 은폐하려 한 시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동료들은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 관련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파출소장이 유족을 보면 ‘눈물을 흘리고 아무 말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출소장이 이 경사 실종 후 응급실 이송 중 컨테이너 뒤로 팀원들을 불러 인천해경서장 지시사항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동료들은 “조사에서 모든 것을 밝히려 했으나 유족 면담 후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하는 해경 영흥파출소 고 이재석 경사 팀원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 팀원들인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직원들이 15일 오전 이 경사 발인을 앞두고 인천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유족의 분노… 팀장 불화와 구조 지연

사고 당시 파출소 근무자는 6명으로, 기자회견은 휴게시간 중 당직 동료들이 열었다.

팀원들은 “팀장이 휴게시간(오전 3시까지) 후 복귀했음에도 이 경사의 상황을 공유하지 않아 구조가 지연됐다”며 “드론 업체 신고로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인천가족공원 화장장에서 “서장이 ‘재석이는 영웅이니 언론에 사고 관련 말씀 안 하라’고 요구했다”며 “태도가 가식적이고 가증스럽다”고 분노했다.

이 경사의 사촌 형은 “지난달 일기에 팀장과의 불화가 적혀 있었다”며 “‘힘들게 공부해 해경이 됐는데 팀장 때문에 후회된다’고 썼다”고 공개했다.

추도사 하는 김용진 해양경찰청장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엄수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해경·대통령실 대응… 청장 사의, 독립 조사 지시

해양경찰청은 “CCTV, 무전녹취록, 드론 영상 등 자료를 유족에게 제공했다”며 “서장·파출소장의 은폐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광진 인천해경서장은 “진실 은폐는 없었다”며 “진상조사단 조사에 협력해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은 “순직 사건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동료들로부터 윗선 은폐 증언이 나왔다”며 “외부 독립 기관에 엄정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유가족과 동료들의 억울함을 없애기 위한 지시”라고 전했다.

부력조끼 벗어주는 이재석 경장.사진=연합뉴스


이 경사는 11일 오전 2시 7분 드론 업체 신고로 갯벌 고립 A씨를 혼자 구조하다 물이 허리 높이 차오르자 부력조끼와 순찰 장갑을 건네고 실종, 6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사망했다.

해경 훈령상 2인 1조 출동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무전으로 요청한 추가 인원 투입이 지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