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고쳐 쓰는 조희대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시상에 앞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대한민국 헌정 질서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극단적인 발언과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신중치 못한 초기 대응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가 정치적 포퓰리즘의 먹잇감이 되고,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여야를 막론한 정치적 계산에 의해 위협받는 작금의 현실은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폭거이자, 우리 사회에 대한 심각한 경고등이 아닐 수 없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며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임 대통령 윤석열을 "내란 수괴 혐의자"로 지칭하며 특정 판사의 과거 판결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이는 재판 결과를 왜곡하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행위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를 저버리는 것은 물론, 정치적 선동을 부추기는 위험한 시도로 규정되어야 마땅하다. "사법부는 대법원장의 사조직이 아니다",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하냐, 대통령 위에 있느냐, 국민들의 탄핵 대상이 아니냐"는 그의 발언은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폭거다. 특히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대법원장 사퇴 권고를 포함한 논의를 촉구하며 사법부 내부의 갈등을 조장하려는 행위는 민주주의 헌정 질서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정 대표가 주장하는 소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론은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이는 특정 목적을 위해 '전담 재판부'를 구성하자는 것으로, 사법부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며, 판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법부를 정치적 도구로 만들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법치(法治)'를 부정하고 '인치(人治)'를 추구하는 이러한 발상은 대한민국을 과거의 독재 시대로 퇴행시키려는 시도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판사는 이 일련의 발언을 두고 "노골적 삼권분립 침해"라며 "이렇게 나가라고 해서 나간다면 너무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정 대표가 인용한 김주옥 부장판사의 글을 두고도 "사법부 내부에서도 공감되지 않았던 특정 판사를 언급하는 것은 일반적 판사들의 의견은 아니다"라며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집권 여당 대표의 이 같은 극단적 발언 못지않게, 대통령실의 초기 대응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명확히 견지하는 데 아쉬움을 남기며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발언했다. "선출된 권력인 국회의 요구에 임명된 권력인 사법부가 그 이유를 차분히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의 이 발언은, 삼권분립의 본질을 왜곡하고 사법부의 독립성이 외부의 정치적 압력에 의해 훼손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강 대변인이 이후 재차 브리핑을 열어 해명했지만, '원칙적 공감'이라는 표현이 대통령실이 여당의 사법부 공격에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헌법의 수호자로서 그 어떤 발언에서도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확고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 '선출 권력' 대 '임명 권력'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듯한 언사는 사법부 독립 훼손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집권 여당의 행보에 불필요한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함을 기했어야 했다.
여당의 사법부 유린 시도와 대통령실의 모호한 초기 태도에 대해 국민의힘 등 야권은 강력히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사퇴에) 원칙적 공감이 아니라 가장 원하는 바일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조 대법원장을 사퇴시키고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유죄 판결을 뒤집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정면으로 비판했다. 장 대표는 강 대변인의 추가 해명에도 "대변인 (브리핑) 발언을 살펴보니 제가 특별히 오해한 부분이 없어 보인다"며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한동훈 전 대표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자기 범죄 재판을 막기 위해 대법원장을 쫓아내는 것은 중대한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라고 경고하며 대통령실의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행정부까지 입법부의 무리수에 보조를 맞추며 사법부 수장을 정조준한 것은 권력분립 균형을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신호"라며 "헌법이 지켜온 삼권분립이 속수책으로 유린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정이한 대변인 역시 "사법부를 길들이는 순간 재판은 정권의 하청으로 전락하고, 민주공화국의 원칙과 법치는 무너진다"고 꼬집었다. 야권의 비판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하고 당연한 외침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정치권은 소모적인 정쟁과 포퓰리즘적 발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의 역량을 소진시켜서는 안 된다.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고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촉발하여 국가의 역량을 분산시키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죄악이며,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무책임한 행위이다. '더프리덤타임즈'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선진 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굳건히 지키고,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모든 국가 기관이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정치권은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오직 국민과 국익을 위해 봉사하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