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찰리 커크 암살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
찰리 커크 암살 용의자인 타일러 로빈슨이 16일(현지시간) 유타주 법원에 화상으로 출두한 모습. 로빈슨은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대표적인 우파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31)를 암살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에 대해 검찰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가중살인'(aggravated murder)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하며 사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 좌우 진영 간 '문화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벌어진 정치적 동기의 증오 범죄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제프 그레이 유타 카운티 검사는 로빈슨을 가중살인, 총기 발사 중범죄, 증인 회유 및 사법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하며, 커크 살해에 사용된 총의 방아쇠에서 발견된 DNA가 로빈슨의 DNA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찰리 커크 살해 사건을 "미국의 비극"으로 규정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기록에 따르면 로빈슨은 연인으로 추정되는 룸메이트와의 문자 메시지에서 자신이 커크를 살해했다고 시인했으며, 범행 이유로는 "난 그의 증오(hatred)에 질렸다. 어떤 증오는 대화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밝혀 커크의 강경 보수적 입장에 대한 극단적인 반감이 범행 동기였음을 시사했다.
이는 총기, 낙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우파적 입장을 견지해온 커크의 활동이 용의자의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로빈슨은 범행 계획 기간이 "일주일 좀 넘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로빈슨은 법원에 화상으로 출석했으며, 자살 방지를 위한 특수 의복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캐시 파텔 FBI 국장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16일(현지시간) 미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수사 지휘는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에 직면했다.
파텔 국장은 지난 10일 커크 피격 직후 소셜미디어에 '용의자'가 구금됐다고 밝혔으나, 초기 지목된 인물이 풀려나고 실제 용의자가 나중에 체포되면서 민주당 딕 더빈 상원의원(일리노이) 등은 수사 초기 대응을 질타했다.
이에 파텔 국장은 "실수가 아니라 용의자 구금 사실을 대중과 협력하기 위해 확인한 것"이라며 "국가 안보와 공공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는 비판에 반박했다.
그는 또한 로빈슨이 참여했던 온라인 게임 메신저 디스코드 그룹 채팅방에 있었던 20명 이상의 인원을 수사 중이라며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파텔 국장이 지난 2월 취임 후 FBI 고위급 요원들이 잇달아 해고된 것을 두고 '정치 보복' 의혹을 제기하며 인사청문회 당시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해고된 요원들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 관련 수사를 이끌었다는 미 언론 보도를 근거로 한 이 비판에 대해 파텔 국장은 백악관이 아닌 본인의 증거 기반 판단 결과라고 선을 그으며, 정치적 고려 없이 FBI 국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했음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의 이념 갈등이 극단적인 폭력으로 표출되고, 법 집행기관의 중립성이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는 심각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