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재석 경사 영결식
지난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의 생명을 구하려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순직한 이재석 해양경찰관(34)의 영결식에서 동료 해경들은 지난 15일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들이 너를 영웅이라고 치켜세우지만, 그 순간 추위와 어둠 속 바다에서 혼자 싸웠을 너의 모습이 떠올라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는 고별사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재석 해양경찰관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대조적으로, 해양경찰의 연안 구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이러한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검찰이 사건 경위 전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경사의 순직을 둘러싸고 '2인 1조 출동 원칙' 등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 해경 등에 따르면, 해경 내부에서는 당시 2명이 출동했다면 서로 역할을 분담하며 추가 구조세력을 요청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 7분께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드론 민간 순찰업체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혼자 출동했다.
당시 파출소 근무자는 모두 6명이었지만, 이 경사와 팀장 2명을 제외한 4명이 이날 오전 3시까지 6시간의 휴게시간을 받아 쉬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경사는 오전 2시 42분 현장에 도착하여 중국 국적 A씨(70)가 고립된 상황을 파악한 뒤 파출소 팀장에게 현장 상황을 전달하며 "물이 차올라서 (추가 구조 인력이) 조금 필요할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팀장은 추가 인력 배치 여부를 물었으나, 즉각적인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해경 관계자는 "이 경사 입장에서는 자고 있는 동료들을 깨워 현장에 보내달라고 하기 미안했을 수 있다"며 "고참이 과감하게 인력 추가 투입에 대한 결단을 내려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양경찰관 고 이재석 경사 영결식
지난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엄수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에서 동료 경찰들이 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경사의 실종 사실을 접하고도 신속하고 기민한 구조 활동이 즉각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 또한 비난받고 있다.
이 경사는 A씨에게 자신의 부력 조끼를 벗어주고 이날 오전 2시 57분께 "물이 제 허리 정도 차고 있습니다. 지금" "구명조끼 터트려서 (A씨를) 이동시키도록 하겠습니다"는 교신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해경은 이 경사를 구조하기 위해 파출소 인원을 추가 투입하며 수색에 나섰으나, 실질적인 구조 장비 투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드러났다.
동료들은 수색 준비 과정에서 "이제 이동할 건데 지금 (순찰차) 예비키를 잘 못 찾겠다", "동력 서프보드 바람을 빼서 차량 뒷좌석에 실어야 한다" 등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지체했다.
결국 동력 서프보드가 투입되어 수색이 실시된 시각은 오전 4시 5분으로, 드론 순찰 업체가 이 경사의 위치를 잠시 놓쳤다고 알린 시점보다 약 40분 뒤였다.
또한 군 열상감시장비(TOD, Thermal Observation Device)를 토대로 수색 지점이 공유되었으나, 구조 헬기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동하여 10분 넘게 혼선을 빚은 사실도 무전 기록에서 밝혀졌다.
엔진 과열로 고무보트에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동력 서프보드와 드론의 배터리가 방전되는 등 구조 작업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도 확인됐다.
결국 이 경사는 이날 오전 9시 41분께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인명을 구조해야 할 공공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한 젊은 해양경찰관의 숭고한 희생을 낳았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검찰은 이 경사 순직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