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기사 내용과 무관).사진=연합뉴스
캐나다와 호주, 영국이 2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했다.
이들 국가는 국제적 공조를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두 국가 해법을 지속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주도의 국가를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카니 총리는 “이 결정은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며 하마스의 종말을 지지하는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테러리즘을 정당화하거나 보상하는 조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호주와 영국도 같은 날 순차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발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상 메시지에서 “평화와 두 국가 해법에 대한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영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한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이것은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라며 “두 국가 해법은 하마스에 미래나 정부·안보 역할도 주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수주 내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결정으로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147개국에서 150개국으로 늘었다.
G7 국가 중 관련 선언을 한 것은 캐나다와 영국이 처음이다. 포르투갈도 최근 팔레스타인 승인 계획을 밝혔으며, 22일 G7 일원인 프랑스가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 유엔총회 기간 중 몰타,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매체들은 이번 영국 결정이 ‘밸푸어 선언’ 작성국으로서 중대한 국면이라고 해설했다.
밸푸어 선언은 1917년 아서 밸푸어 당시 영국 외무장관이 유대인 대표 월터 로스차일드에게 보낸 서한 형식의 발표다.
영국 내각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적 고향 수립을 지지한다는 약속을 담았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Palestinian Authority)는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는 국제적 정통성에 기반한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중요하고 필수적인 단계”라고 평가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관련 주요 일지
캐나다, 호주, 영국, 포르투갈 등 네 나라가 21일(현지시간) 차례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했다. G7 국가 중 관련 선언을 한 것은 캐나다, 영국이 처음이다. 22일에는 G7 일원인 프랑스도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며,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 몰타,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진=연합뉴스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강한 반발을 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 모두발언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우리의 존재를 위협하고 테러리즘에 터무니없는 보상을 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거짓 선전과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요구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엑스(X, 구 트위터)에서 팔레스타인 인정을 “살인자에 대한 보상”이라고 비난하며, “유대와 사마리아”(요르단강 서안 점령지)에 대한 합병안을 내각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인정은 하마스를 대담하게 만들고 전쟁을 장기화하며 인질 협상 가능성을 낮추고 이란과 그 대리세력에 지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부에 휴전 협상을 촉구해온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캐나다 등을 향해 “아직 하마스에 인질 48명이 억류된 사실을 외면하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무조건 인정했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은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이들 국가는 국제사회 만류에도 가자지구 전쟁을 지속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을 지지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이번에도 부정적 반응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