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3일 공개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사진=대통령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지난 7월부터 8월 말까지 집행된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내역이 23일 대거 공개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공개가 ‘역대 최초’라며 투명성 제고를 강조했으나, 핵심 용처의 모호함과 불분명한 집행 내역이 ‘깜깜이 예산’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취임 3개월간 특활비 4억 6천여만원 사용… 외교·안보 분야 집중

대통령실이 공개한 특활비 집행 내역은 7월 16일부터 8월 29일까지 총 309건에 걸쳐 4억 6,422만 6천원에 달한다.

이 중 가장 많은 금액이 집행된 분야는 ‘외교·안보·정책 네트워크 구축 및 관리’ 유형으로 총 1억 5천 8백여만원이 사용됐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 한일·한미 정상회담 등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한미 관세협상 등 중차대한 외교 현안에 집중했음을 방증한다.

구체적으로는 ‘주요국 동향 정보 수집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450만원(7월 16일), ‘대북 정책 현안 정보 수집’에 58만원(8월 6일), ‘한미동맹 현안 정보 수집’에 64만원(8월 7일) 등이 지출됐다.

외교 활동비 지출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한 8월 23일에서 28일 사이 기간에 특히 집중됐다.

8월 24일에는 ‘통상 협상 관련 의견 청취’ 및 ‘대미 외교 네트워크 구축’ 명목으로 약 880만원이, 다음 날에는 ‘외교·안보 전문가 좌담회’ 명목으로 약 990만원이 사용됐다.

또한 ‘외교 안보 활동 자문 용역’ 명목으로 3천만원(8월 16일), ‘안보 관련 네트워크 관리’ 명목으로 1천만원(8월 4일)이 일거에 지출되기도 했다.

뉴욕 동포간담회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인사 검증, 공직 기강 관련 지출도 상당… 불명확한 용처 비판은 여전

특활비는 인사·공직기강 관련 지출에도 상당 부분 쓰였다. 임기 초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를 보좌하기 위한 인사 검증 수요가 집중된 시기에 대통령실 내부의 분주한 움직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7월 21일과 7월 25일 ‘인사검증 관련 정보·의견 수집’ 명목으로 105만원과 114만원을 각각 지출했으며, 8월 1일부터 11일까지 같은 명목으로 총 6차례에 걸쳐 573만원을 사용했다.

이 시기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7월 20일)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7월 23일) 후 새 후보자가 발표(8월 13일)되기까지의 기간과 맞물린다.

‘공직비위 관련 정보 수집’ 명목으로도 3차례에 걸쳐 총 282만원이 쓰였으며, ‘인사 등 정보 수집’ 및 ‘인사 네트워크 구축’ 등에도 특활비가 지출됐다.

이 외에도 ‘정무 현안 관련 정보 수집·관리’, ‘정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교류’, ‘민심 및 여론 청취’ 등 여당·정부·대통령실의 관계 유지와 민심 파악을 위한 특활비 집행도 다수 확인됐다.

그러나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나 정보수집,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에 직접 드는 경비라는 명목 하에 별도의 지출 증빙이 필요치 않아 ‘깜깜이 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통령실 역시 특활비의 구체적인 용처를 밝히지 않고 ‘OO 개혁 관련 민심 청취’처럼 공란으로 남기거나 ‘국정 현안 정보 수집’ 등으로 뭉뚱그려 표현한 경우가 많아 ‘투명성’ 강조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국가안전보장 등 고도의 기밀을 다루는 대통령실의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일부 사항은 부득이 부분 공개했다”고 해명했으나,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역대 최초로 대통령실 특활비를 공개했다는 ‘자화자찬’ 타이틀은 불명확한 공개 방식 앞에서 빛을 바라고 있다.

'첫 공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유형별 비중

대통령실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지난 달까지 집행한 특수활동비(특활비)·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내역을 23일 대거 공개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공개한 특활비 집행내역은 총 309건으로 7월 16일부터 8월 29일까지 총 4억6천422만6천원을 지출한 기록이다.사진=연합뉴스


◆ 업무추진비 및 특정업무경비 역시 ‘불투명’… 역대 정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민낯

업무협의, 여론청취 간담회 등에 쓰인 업무추진비는 약 2천500건에 걸쳐 9억 7천 8백만원이 사용됐지만, 구내매점 등 일부를 제외하면 집행장소가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6월 5일부터 12일까지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은 대다수가 ‘행사용 식자재 구매’ 명목으로 포괄적으로 기록되어 투명성 문제가 제기된다.

업무추진비는 대내외 업무 협의, 간담회 등에 쓰이는 예산으로, 여타 정부 기관의 경우 결제 장소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통령실의 공개 방식은 여전히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역대 정부는 유형별 집행 금액과 집행 사례만 공개해 왔으나 예산집행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일자별 집행 내역까지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예산·감사·수사·조사 등 특정한 업무 수행에 쓰는 특정업무경비는 총 1천 914만원이 사용되었으며, 상당수가 정책 추진에 필요한 자료 수집 및 여론조사에 쓰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보다 ‘기밀’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불명확한 용처 공개를 반복하는 현 이재명 정부의 행태는, 과거 ‘깜깜이 예산’으로 비판받던 역대 정부들의 민낯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