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년 만에 유엔 총회 연단에 서서 유엔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유엔이 국제분쟁 해결에는 무능하고, '사기'나 다름없는 기후위기론을 설파하며 불법 이민자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 2기 동안 전 세계에서 7개의 분쟁을 중재하여 종식시킨 점을 부각하며, "유엔이 해야 할 일을 내가 해야 했다는 게 안타깝다(too bad)"고 말했다.
그는 "슬프게도 모든 사례에서 유엔은 어떤 도움도 주려 하지 않았다"며 "나는 이들 전쟁을 멈추고 수백만 명을 구하기 위해 분주했는데, 유엔은 거기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으며 "유엔은 공허한 말뿐이다. 전쟁을 해결하는 것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전쟁 종식 노력에 대해 "모두가 이 모든 업적 하나하나에 대해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언급하면서도 "나에게 진정한 상은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며 겸양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이 주도해온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저감 정책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맹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과거 유엔 환경 관료들의 기후변화 예언이 실현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기온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무슨 일이 벌어지든 기후변화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총회에 참석한 각국 정상을 향해서는 "이 '녹색 사기'(green scam)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분의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탄소 발자국'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꾸며낸 사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이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생산 시설이 붕괴된 반면, 중국은 전 세계 선진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 기후 정책의 모순을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유엔이 난민 지원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24년에 유엔은 약 62만 4천 명의 이주자가 미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3억 7천 2백만 달러의 현금 지원을 예산으로 책정했다"며, 유엔이 불법체류자들에게 음식, 숙소, 교통편과 직불카드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은 침략을 막아야 하는 곳이지, 그것을 만들어내거나 자금을 대선 안 된다"고 일갈하며 "불법이민과 고비용의 이른바 그린 재생에너지가 자유로운 세계와 우리 지구의 많은 부분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이민정책에 대해 "만약 당신이 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온다면 감옥에 가거나, 당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어쩌면 더 먼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서방국들이 잇달아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데 대해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의 만행에 대한 너무 큰 보상이 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종전 합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미국은 강력한 관세 조치를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면서도 "유럽 국가들이 동일한 조치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매함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주요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조차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중단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즉각 러시아로부터의 모든 에너지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57분간의 이번 연설에서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설 직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양자 회담에서는 "미국은 유엔을 100% 지지한다"며 "세계 평화와 관련해 유엔이 가진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발언에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