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 집권 자민당의 첫 여성 총재로 선출됐다.

다카이치 총재는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치러진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185표를 얻어 156표에 그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29표 차로 누르며 당선됐다.

이에 따라 그는 약 열흘 뒤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사상 최초의 여성 일본 총리로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5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 1차 투표에서도 183표를 획득해 1위에 올랐다.

이어진 결선 투표에서는 1차 투표의 기세를 이어가며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을 예상 밖의 큰 표차로 제치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일본 언론은 대체로 이번 선거 판세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선두를 달리고 다카이치 총재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에게 추격당하는 것으로 분석했으나, 실제 결과는 다카이치 총재의 사실상 낙승이었다.

1차 투표는 자민당 국회의원 295명이 각각 1표를 행사하고, 당원 투표를 의원 표수와 같은 295표로 환산한 뒤 더해 결과를 냈다.

결선에서는 자민당 의원 295표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47표를 합쳐 승부를 가렸다. 다만, 의원 유효 표는 1차와 결선 투표 모두 294표였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당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으며, 열세로 평가됐던 의원 투표에서도 보수 성향 의원들의 표를 모으며 선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결선에서는 149표의 의원 표를 확보해 145표에 그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을 앞섰다.

아소 다로 전 총리가 다카이치 총재를 지지하며 킹 메이커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파벌 영향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 번째 도전 끝에 당권을 거머쥔 다카이치 총재는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색채를 희석하는 데 노력했다.

과거 강경 보수 성향 강조로 의원 표심을 잃었다는 분석에 따른 조처였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전 총리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여자 아베'로도 언급되는 그는 자신을 지지해 준 보수층을 고려해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다카이치 총재는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다는 점에서 협력 기조를 이어왔던 한일관계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시바 총리와 악수하는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4일 총재 선거 이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한 시마네현이 개최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보내는 일본 정부 대표 인사의 격을 기존 차관급에서 장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다만 그는 이번 선거 기간에 북한, 중국, 러시아의 접근을 염두에 두고 "한국과 협력하며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다카이치 총재는 혼슈 서부 나라현 출신이며, 1993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나라현 지역구에 출마해 처음 당선된 10선 의원이다.

자민당 유력 인사 중에서는 드문 비세습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오는 15일경 실시될 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이시바 후임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본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이나, 야권 분열로 제1당인 자민당 총재가 총리 지명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첫 여성 총리 유력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

일본 첫 여성 총리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다카이치 사나에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는 '강한 일본'을 지향하면서 적극적인 안보·경제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