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석방
석방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찰에 체포됐던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약 50시간 만에 석방됐다.

서울남부지법 당직법관 김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이 전 위원장의 체포적부심사 심문을 마친 뒤 석방 명령을 내렸다.

김 부장판사는 헌법상 핵심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인신 구금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사실관계 다툼이 없어 추가 조사 필요성이 크지 않으며, 이 전 위원장이 성실한 출석을 약속한 점 등을 들어 "현 단계에서는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이 전 위원장 측이 주장한 경찰의 '불법 구금'은 아니었다며 "체포 적법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툼 여지가 상당하나, 수사의 필요성이 전면 부정된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법원 결정에 따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돼 있던 이 전 위원장은 즉시 석방돼 이날 오후 6시 47분께 경찰서를 나섰다.

지난 10월 2일 오후 4시경 자택에서 체포된 점을 고려하면, 약 50시간 만에 구금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다.

수갑 없이 경찰서 정문을 나선 이 전 위원장은 "이재명 검찰과 이재명 경찰이 쓴 수갑을, 그래도 사법부에서 풀어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 일정과 함께 많이 보이는 게 법정, 구치소, 유치장"이라며 "대통령 비위를 거스르면 당신들도 유치장에 갈 수 있다는 함의"라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서 앞에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과 자유공화 시민단체(보수 단체)가 찾아와 이름을 부르며 이 전 위원장을 응원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사진=연합뉴스

경찰은 법원 결정 이후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법원은 수사의 필요성과 체포의 적법성은 인정되지만, 체포의 필요성 유지, 즉 체포의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아 석방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석방 명령은 존중하지만, 판사의 판단을 통해 수사의 필요성과 체포의 적법성은 확인받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은 일단 이 전 위원장에 대한 3차 조사를 진행한 뒤 검찰 송치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며 이를 제한하는 구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한 데다, 다툼의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힘에 따라 신병 확보 수사는 사실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14조의3(재체포 및 재구속의 제한) 조항에 따르면, 체포 또는 구속 적부심사 결정에 의해 석방된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범죄사실로 재차 체포하거나 구속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도망한 때 ▲도망하거나 범죄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출석요구를 받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때에 해당하지 않으면 동일 혐의사실로는 재체포나 구속이 불가하다.

비록 법원이 경찰 수사의 정당성도 일부 인정했지만, 전격적이고 이례적인 체포가 결국 석방으로 귀결된 점은 경찰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지지 성향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민감한 수사를 강하게 밀어붙여 추석 정국의 최대 논란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검찰청 폐지가 확정된 상황에서 야권은 '공룡 경찰' 우려와 함께 견제론을 제기하며 국정감사 의제로 부각을 시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