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CG.사진=연합뉴스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이 연대를 노골적으로 과시하며 신(新)냉전 구도를 심화시키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평양 열병식에서 중·러 고위 인사와 나란히 서서 세를 과시하는 등, 권위주의 세력 간 밀착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를 견제해야 할 자유민주 진영의 핵심 연대인 한미 동맹조차 난기류에 휩싸인 모습은 대한민국 안보와 국익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냉철한 현실 인식과 기민한 외교 전략을 통해 동맹 현안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굳건한 안보태세를 재정립할 때이다.

북중러 3국은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이어 이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도 고위 인사가 주석단에 함께 서는 등 공고한 연대를 연달아 재현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이미 '혈맹' 수준으로 밀착했고, 중국마저 미국과의 갈등 심화 속에 북러와의 보조를 맞추는 모습은 동북아시아와 세계 안보 지형에 막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우호 관계를 넘어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자, 역내 평화와 안정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위협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미 연대가 흔들리는 듯한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소다자 협력 기조 아래 지난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다져졌던 한미일 협력 기반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실용 외교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고 천명하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국민적 관심을 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통령과의 구체적인 양자회담 일정이나 의제 조율 소식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외교가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1박 2일의 촉박한 일정으로 매우 빠듯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이 경주에서 열릴 것이라는 전망만 있을 뿐, 그 내용이나 긴밀한 사전 조율 여부는 미지수다. 이는 주요 동맹국 정상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정부의 역량 부족 또는 외교적 경색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한미 동맹에서 관세 협상 및 비자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핵심 동맹국 정상과의 불확실한 만남은 국내외에 불필요한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본 총리 교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겹쳤다. 강경 우파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가 곧 총리로 취임할 경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관리되어 왔던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한일 관계가 불안정해진다면, 자연히 한미일 3국 협력 역시 덩달아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위험해지고 있다. 북중러 연대의 가속화는 우리에게 동맹 외교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이재명 정부는 명분보다는 실리, 이상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한 외교적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한미 동맹 내부의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핵심 동맹국 정상과의 의전 및 실질적 만남을 빈틈없이 조율하는 것이다. 또한 한일 관계의 변수를 능동적으로 관리하며, 궁극적으로 한미일 3국 연대를 더욱 강화하여 북중러 삼각 연대를 효과적으로 견제해야 한다.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굳건한 자유민주주의 연대를 통해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수호하는 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