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개최
지난 10일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신형 전차 '천마-20'.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서 신형 전차 '천마-20'와 무인기 발사차량, 신형 자주포 등 재래식 전력을 대거 공개하며 현대화된 모습을 선보였다.

이는 북한이 최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전략무기 개발에 집중하는 동시에, 남측에 뒤쳐진 것으로 평가되는 전차와 자주포 등 재래식 전력 수준 향상에도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른바 북한식 핵-재래식 통합(CNI, 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 '천마-20' 전차, 하드킬 능동방어체계 탑재… 북한 개발 우리가 앞서

이번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실전 배치된 모습으로 공개된 신형 전차 '천마-20'은 지난 5월 북한 김정은이 탱크 공장을 현지 지도했을 때 공개한 것과 같은 동형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보도에서 '천마-20'을 "막강한 공격력과 믿음직한 방호 체계를 갖춘 현대식 주력 탱크"로 표현했다.

'천마-20'의 가장 큰 특징은 적의 대전차 무기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반응해 요격하는 '하드킬(Hard Kill)' 능동방어체계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스라엘의 '아이언 피스트(Iron Fist)'와 유사한 체계로 분석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바탕으로 능동방어체계 개발을 가속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의힘 유용원 국회의원은 "북한군의 하드킬 능동방어체계 개발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며 "북한은 이미 대응탄 요격 시험까지 선보였지만 우리 군은 내년 10월 완료를 목표로 해 아직 대응탄 요격 시험은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개최
지난 10일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자폭 드론 발사 차량.사진=연합뉴스


◆ 신형 155 미리미터 자주포, 무인기 발사차량 공개

열병식에서는 기계화·포병 전력 현대화의 상징인 신형 155 미리미터(mm) 자주포도 공개되었다.

155 미리미터(mm) 구경의 곡사포를 장착한 이 자주포는 기동성을 갖춘 포병 전력의 핵심 장비로 평가된다.

소련식의 기존 구형 자주포(152 미리미터(mm) 계열) 대비 현대화, 장거리화, 기동성 강화를 의도한 서방식 신형으로 분석된다.

이 무기는 포병의 기동성과 반격 능력을 크게 높여 화력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탄약·훈련 체계 변화와 함께 대남·지역 타격 옵션을 다양화할 수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러시아 파병 경험이 전력 곳곳에 영향을 준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러시아 파병 경험을 통해 현대전의 핵심인 드론 관련 경험과 기술을 습득한 북한군은 무인기 발사 차량을 공개했다.

북한은 최근 이스라엘과 러시아식 드론을 모방한 무기 개발을 활발히 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공개한 자폭 드론 발사 차량으로, 발사대는 러시아 '란셋-3(Lancet-3)' 발사대 양식을 북한식으로 새롭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란셋-3(Lancet-3)' 개념을 모방하면서도 수납형·컨테이너화한 진화형 모델인 점이 눈에 띈다.

경사형 발사함, 3x3 셀(Cell) 구조, 완전 밀폐형, 덮개 개폐식 대형 모듈이 특징이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이 발사 차량이 "기존 단발형 자폭 드론에서 벗어나 군집 형태로 다수 투입 가능한 전술 시스템을 구축 중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개최
지난 10일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길리슈트를 착용한 북한군.사진=연합뉴스


◆ 길리슈트 부대 등장, 현대전 실전 교훈 접목

길리슈트(Ghillie Suit)로 무장한 적후 산악 활동 부대 종대와 새롭게 꾸려진 저격수 종대도 이번 열병식에서 주목받았다.

1차 세계 대전 때 공식 등장한 길리슈트(Ghillie Suit)는 자기 몸을 보호하거나 은신하기 위해 나뭇잎 등 자연물을 의류에 부착하는 것으로, 드론은 물론 열 영상 장비로도 식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저격수들에게 필수품이다.

북한군은 지난 4월과 8월에도 길리슈트(Ghillie Suit)를 착용하고 훈련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번 열병식에서는 더욱 대규모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에 처음 대규모 파병했을 당시 흰 눈이 쌓인 쿠르스크 개활지에서 무작정 돌격하다 우크라이나의 무인기 공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봤다.

길리슈트(Ghillie Suit)는 이러한 현대전 경험에서 터득한 실전형 무장복이 된 셈이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개최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국방과학기술력 과시에 중점 둔 열병식

유용원 국회의원은 위성 사진과 보도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번 열병식에 참여한 병력은 예년 대비 다소 늘어났고 장비는 최신 개발 무기 위주로 동원돼 예년보다 규모는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천마-20 신형 전차, 케이엔(KN)-24 계열로 보이는 차륜형 이동식 발사대, 자폭 무인기 발사대, 중장거리와 단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ICBM 등 최신 무기만 공개했는데 이번 열병식은 국방과학기술력 과시에 중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