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와 오성기.사진=연합뉴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발표하며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관련 용도의 희토류 수출 신청을 사안별로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중국산 희토류와 가공 기술을 이용한 해외 생산 제품도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14nm(나노미터)급 이하 시스템 반도체(로직칩)와 256단 이상 적층 메모리 반도체 관련 용도 희토류 수출 신청을 개별적으로 심사해 승인한다고 상무부는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최종 용도가 14nm 이하 로직칩과 256층 이상 메모리반도체, 해당 공정 반도체를 제조하는 생산장비·테스트장비·재료, 잠재적 군사 용도의 인공지능 연구·개발인 수출 신청은 사안별로 심사해 승인한다”고 명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South China Morning Post)는 11일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이 조항이 중국의 반도체 장비 병목 현상이 대부분 해소됐음을 의미하며, 미중 반도체 전쟁에 새로운 전선을 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019년부터 중국의 첨단 칩 제조 장비 접근을 억제해 왔으나, 중국은 최근 수년간 반도체 생산 자립을 가속화해 해외 의존도를 낮췄다는 것이다.

중국 IT 분야 전문가 샹리강은 소셜미디어(SNS, Social Networking Service)에 “매우 놀랐다. 이 조항은 중국이 반도체 장비 병목 현상을 대부분 해결했음을 시사한다”며 “낙관주의자지만 이렇게 빨리 해결될 줄 몰랐다”고 썼다.

그는 중국이 희토류 통제 강화를 외국의 첨단 리소그래피(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공정) 시스템 제조업체에 미칠 영향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중국 칩 산업은 더는 연구개발 장애물에 직면해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사진=연합뉴스


희토류는 첨단 기술 분야와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 정제·가공은 80% 이상을 장악해 독점 공급자 위치에 있다.

네오디뮴이나 디스프로슘(중희토류) 같은 희토류는 리소그래피 장비 내부 정밀 모터에 사용되며, 중국의 규제 강화는 외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생산·유지보수에 어려움을 초래할 전망이다.

SCMP는 “14nm 이하 로직칩과 256단 이상 적층 메모리칩은 오늘날 가장 발전된 칩 생산 벤치마크”라며, 이 분야가 고성능 컴퓨팅과 AI 시스템을 구동하는 핵심으로 미국이 중국 발전을 막으려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글로벌 칩 경쟁에서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세계 1위 반도체 제조공정 장비 기업 네덜란드 ASML(ASML Holding N.V.)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로 제품 출하가 몇 주 지연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Bloomberg)이 보도했다.

익명 관계자는 ASML이 혼란에 대비하며 네덜란드·미국 등 동맹국에 대안을 로비 중이라고 전했다.

ASML 장비 출하 지연은 삼성전자,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업계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 고위 관리자는 “희토류 자석 가격 상승이 가장 분명한 위험”이라고 밝혔으며, 또 다른 칩 회사 관계자는 공급망 중단을 걱정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제한이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중국의 첫 주요 시도로, AI 붐을 주도하는 칩 지연을 위협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그레이슬린 바스커런 광물안보 프로그램 책임자는 “중국이 활용한 가장 엄격한 수출통제 조치”라며 “미국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이 이를 준수하게 만들 수단을 가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