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개최
지난 10일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11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0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아이씨비엠(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화성-20형'을 전격 공개하며 역대급 무력시위를 펼쳤다.

이는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전략 무기를 내세워 자신들의 핵 투발 능력을 과시하고, 중국 및 러시아 등 비서방 국가들을 의식하며 '전략적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 신형 ICBM '화성-20형' 등장, 대미 핵 위협 수위 최고조

조선중앙통신은 11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 보도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강의 핵전략무기체계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20'형 종대가 주로를 메우며 광장에 들어서자 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신형 고출력 고체엔진 생산 계획을 공개하며 이를 '화성-20형'에 사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어 "개발 공정에서의 마지막 시험"이라는 명목으로 해당 엔진의 지상분출 시험을 진행했으며,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20형'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며 기술적 진전을 과시했다.

'화성-20형'은 추력을 늘려 다탄두 아이씨비엠(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으로 개발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 미국 본토 여러 곳을 동시에 타격하고 요격이 어려워 대미 핵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개최
지난 10일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11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극초음속 미사일 등 전략 무기 대거 등장… 러시아 국기 든 부대도 포착

이날 열병식에서는 아이씨비엠(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외에도 다양한 전략 무기들이 등장했다.

중앙통신은 "국방력의 정수를 이루는 절대적 힘의 실체인 전략무기체계들이 지심을 울리며 광장에 진입하였다"며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과 극초음속 중장거리 전략 미사일 종대들이 진군해 갔다"고 보도했다.

이는 상대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공개하며 첨단 군사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종대, 무인기 발사차 종대, 지대공·지대지 미사일 종대 등 신형 무기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재래식 전력으로는 현대식 주력 탱크 '천마-20형', 155 미리미터(mm) 자행평곡사포, 핵심 공격 무기 체계와 600 미리미터(mm) 방사포 등이 과시되었다.

특히 외신 등에 공개된 열병식 영상에는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를 함께 든 '해외작전부대'가 행진하는 모습이 포착되어 주목을 받았다.

알티(RT, Russia Today) 등 러시아 매체는 이들 병사들이 "러시아 군대와 함께 쿠르스크에서 싸웠다"고 언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파병된 부대가 열병식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어 북러 군사 협력의 노골화를 시사했다.

또한 대남·해외 정보 수집 및 공작 기구인 '정찰총국'을 확대 개편한 '정찰정보총국 종대'도 행진하여 정보·작전 능력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개최

지난 10일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11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김정은 연설, 한미 위협 대신 '비서방 연대' 메시지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은 "우리 군대는 적을 압도하는 정치 사상적, 군사 기술적 우세로써 방위권에 접근하는 일체의 위협들을 소멸하는 무적의 실체로 계속 진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과 한국을 직접 위협하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둘러싼 장외 탐색전을 벌이는 가운데 다소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점은 '패권 반대', '진보적 인류' 등의 언급이다. 이는 이날 열병식에 참석한 리창(중국 국무원 총리),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11개국 비서방 외빈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북한의 국방력 강화가 반미·다극화 진영 세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비서방 국가들에게 주입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개최

지난 10일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11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역대급 규모 당창건 기념식, 외교적 밀착 과시

이번 당창건 기념식은 2015년 이후 가장 성대하게 치러졌으며, 김정은이 무장장비 전시회를 직접 개최하여 외빈들에게 북한 무기를 선전하는 등 외교적 측면에서도 3국 연대를 넘어 비서방 국가들과의 밀착을 과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2015년과 2020년 기념식에는 각각 6개국, 0개국(코로나19 영향)의 외빈이 참석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라오스, 니카라과 등 총 11개국 외빈이 참석하며 국제적 위상을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