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리창 중국 총리 접견
북한 김정은이 지난 9일 중국 당 및 정부 대표단을 인솔하고 북한을 공식 친선 방문 중인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자 중국 국무원 총리 리창을 접견하고 친선적인 담화를 나눴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행사를 통해 핵보유를 유지하면서도 사실상 국제사회로 복귀했음을 선언하여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은이 외교적으로 '고립된 외톨이'에서 벗어나 동맹을 비롯한 주변국과 관계 강화를 통해 이익을 얻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변모하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래픽] 역대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 행사 참석 외국 당정대표단
북한은 지난 9일 진행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행사에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등 비(非)서방 고위 인사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사진=연합뉴스


◆ 평양으로 모인 비서방 고위 인사들… 달라진 북한 위상 과시

북한은 이번 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중국, 러시아는 물론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등 11개국 비(非)서방 고위 인사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이며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은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 7일 회담하고, 9일에는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각각 만났다.

특히 10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과 접견하며 북중러 3각 연대의 끈끈함을 드러냈다.

수기오노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 일행의 10일 방북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이뤄진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의 방북으로, 북한의 국제적 관계 확대 움직임을 방증한다.

열병식 주석단에는 김정은의 양옆으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섰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왼쪽에 자리하며 국제적 연대를 노골적으로 과시했다.

북한 김정은은 한달 전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톈안먼 망루 중앙에 나란히 서며 '북중러 3각 연대'를 확인한 바 있다.

이번 평양 열병식은 당시 장면을 안방에서 '주인공'의 형식으로 재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개최
지난 10일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11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핵 투발 수단 '화성-20형' 공개… 핵보유 용인 압박

북한은 각국 고위급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병식 무대에 핵 투발 수단인 신형 아이씨비엠(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화성-20형을 올려 미국을 겨냥한 위협의 수위를 높였다.

이는 열병식을 지켜본 중국, 러시아 등 비서방 국가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암묵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러시아 최대 정당인 통합러시아당은 열병식에 앞선 9일 조선노동당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국방력 강화 조치를 지지한다"는 문구를 넣어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와 개발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베트남 측도 이번 방북에 판 반 장 국방부 장관을 대동했으며, 10일 외무·국방·보건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상호협조에 관한 합의문들을 조인했다.

양국 간 국방 협력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창건 80주년 경축행사 진행
북한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행사가 9일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10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김정은 "국제적 권위 날로 강화" 자신감… '비서방 연대' 메시지

북한 김정은은 그동안 국제 무대에서 배제되던 설움을 씻어내기라도 하는 듯 어느 때보다 자신감을 표출했다.

열병식 전날인 9일 전야제 연설에서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날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열병식 당일 연설에서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앞으로도 강위력한 혁명무력과 함께 부정의와 패권을 반대하고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진보적 인류의 공동 투쟁에서 자기의 책임을 다할 것임을 확언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패권'은 통상 북한이 미국을 겨냥하는 표현인데, 이는 중국·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을 견제하는 한 축을 맡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김정은의 핵심 참모인 조용원(노동당 비서)은 10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돌 경축 국가경축연회'에서 방북한 외빈들에게 "우리 당은 정의를 사랑하고 우리 위업을 지지하는 친선적인 벗들의 진실한 성원에서 큰 고무를 받고 있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 "자주와 평화를 위한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서 서로 긴밀히 연대하고 보조를 같이함에 책임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통일러시아당' 메드베데프 위원장 접견
북한 김정은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북한을 방문 중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일러시아당 위원장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11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미국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도 북한의 다음 행보 주목

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이라는 '빅 이벤트'로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재확인한 북한의 시선은 당분간 내부로 쏠릴 전망이다.

기존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로 예상되는 9차 당대회 준비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미국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지만, 이달 말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 전까지 북한이 응답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조만간 미국이 내놓을 새 '국방전략'(NDS, National Defense Strategy)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9차 당대회 준비 등에 매진할 것"이라며 "에이펙(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을 계기로 중국과 미국 간 북한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할지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