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가자시티에서 경계 근무하는 하마스 경찰.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 인질 석방 이후 하마스의 무장해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구상 성패를 가르는 핵심 조건으로, 실행 가능성과 실질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쟁 2년 만에 하마스 최고위 지도자 대부분이 사망하고 군사조직이 궤멸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하마스가 여전히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무장해제가 평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자의 대량살상무기 포기(2000년대 초반)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포기(1994년)를 사례로 들며 난제를 지적했다.
카다피는 무기 포기 후 2011년 내전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개입을 맞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을 받았다.
반면 무장해제 없이는 진정한 평화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텔레그래프는 북아일랜드에서 무기 치우기가 분쟁 해결의 중대 요인이었다고 전했다.
척 프레일리히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번 합의에서 핵심 이슈를 일부러 미뤘다”며 “하마스를 무장해제시킬 유인책은 무엇이며 누가 강제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합의안에서 하마스는 공격용 중화기 포기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래프는 이를 이스라엘 타격 로켓, 생산시설, 가자지구-이스라엘 연결 공격용 터널 포기로 해석했다.
휴 로바트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선임 정책 연구원은 “이스라엘은 공격 재발 방지를, 하마스는 이미 대부분 잃은 무기 포기로 큰 차이 없음을 이유로 합의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텔아비브에 설치된 모형 하마스 지하 터널.사진=연합뉴스
더욱 어려운 부분은 무기 인프라다.
프레일리히 전 부보좌관은 “하마스는 궤멸됐지만 지하 도시가 남아 있다”며 가자지구 지하 수백킬로미터 터널 네트워크를 지적했다.
하마스는 생존을 위해 지하 도시 해체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으며, 팔레스타인 이슬라믹지하드(PIJ, Palestinian Islamic Jihad) 등 다른 무장조직과의 동시 무장해제가 아니면 소형 화기 포기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 모델인 ‘무장 해제, 동원 해제, 재통합’(DDR, Disarmament, Demobilization, and Reintegration)은 1998년 북아일랜드 성금요일 협정, 2016년 콜롬비아-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Revolutionary Armed Forces of Colombia) 평화협정, 올해 여름 튀르키예-쿠르드노동자당(PKK, Kurdistan Workers' Party) 무장해제 등에서 적용됐다.
부르주 외즈첼리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선임연구원은 “북아일랜드 사례가 이스라엘 안보에서 거론되지만 실행 계획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건물에 걸린 트럼프 대통령 사진.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DDR이 장기적이고 불완전한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 Irish Republican Army)은 1998년 원칙 합의 후 2005년에야 무기 포기했고, 다른 단체들은 2010년까지 걸렸다.
영국 국내 담당 보안국(MI5, 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5)은 현재도 북아일랜드 테러 위협을 상당 수준으로 평가한다.
2000년대 이라크 화학무기 해체에 참여한 헤이미시 드 브레턴-고든 전 장교는 “돈 제공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가난한 지역에서 무기 넘김에 돈이 최고 방법이며 장기적으로 저렴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마스에 돈 제공의 도덕적·전략적 타당성은 논란거리다.
텔레그래프는 무장해제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며 수년간 유혈 충돌 가능성을 언급했다.
외즈첼리크 연구원은 “카타르·튀르키예·이집트가 하마스를 압박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미국 외면 시 휴전이 와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