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과장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촬영한 한 범죄단지.사진=오영훈 수사과장/연합뉴스


부산 서부경찰서 오영훈 수사과장이 15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인이 납치되거나 감금되는 실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오 과장은 지난 8월 캄보디아 탐문 수사를 통해 약 50곳에 달하는 범죄 단지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곳에 약 2천명의 한국인이 연루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현재 오영훈 과장이 속한 수사팀은 투자 리딩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정을 접수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며, 이 범죄 조직의 근거지가 캄보디아에 있다고 확인됐다.

이 조직은 유튜브(YouTube) 광고 시청을 통한 수익금 지급으로 사람들을 유인한 뒤, 고수익 투자 배당을 미끼로 제안하여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채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오 과장은 지난 8월 해당 조직을 추적하기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하여 이들의 근거지를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도로
14일(현지시간) 오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도로에서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지 범죄 단지를 목격한 오 과장은 당시의 삼엄한 분위기를 전했다.

큰 호텔이나 리조트에 마련된 범죄 단지들은 약 4~5미터(m) 높이의 담벼락이 둘러싸고 있었으며, 입구는 경비병이 지키고 있었다.

오 과장은 "내부는 들어가지 못했으나 우리나라를 상대로 사기를 벌이는 곳이니 한국인이 내부에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총책은 대부분 자본력을 가진 중국 범죄조직이 맡으며, 그 아래 한국인 팀장을 거느리고 한국인 브로커가 사이버 도박, 피싱(Phishing), 투자 리딩 사기 등을 알선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인의 지인을 포섭하거나, 고소득 일자리 보장, 항공료나 숙박료 무료 등을 제시하며 한국인들을 유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영훈 수사과장.사진=오영훈 수사과장/연합뉴스


일선 수사 현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캄보디아를 근거지로 한 범죄가 급증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오 과장은 "인터넷 주소(IP, Internet Protocol) 추적이나 범행 가담자 분석에서 캄보디아와 연관된 사례가 매우 많았다"라며, 코로나19 이후 호텔과 카지노(Casino) 사업을 하던 중국인들이 철수하면서 그 자리를 범죄조직이 차지하며 규모가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여기에 치안 부재와 비자 갱신의 용이함이 범죄 조직이 확산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이 납치나 감금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한국인을 상대로 한 사기 범죄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 과장은 이들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범행을 벌이며, 일본, 대만, 홍콩, 미국, 중동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각국 현지인을 조직원으로 끌어들이는데 한국인도 그 대상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오 과장은 자신이 캄보디아 출장을 다녀왔을 당시에도 비행기에서 범죄에 연루된 피해자들을 우연히 만났던 사례를 전했다.

취업 사기를 당해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조직에 합류하려던 20대 남성이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고, 귀국길에는 범죄 조직에 감금됐다가 탈출한 30대 남성과 동행하여 함께 귀국하기도 했다.

오 과장은 캄보디아 여행객들에게 야간에 택시 등 이동 수단 이용을 자제하고, 해외 고소득 일자리를 내세운 취업 제안은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캄보디아 정부 역시 형식적인 대응에 그치지 말고 한국 경찰과 신속하고 실질적인 공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