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연구소 '북한 전략' 세미나.사진=허드슨연구소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미국 전문가들이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의 연대를 공고히 하고 핵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한 협상력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북한의 전략은?' 세미나에서 브루스 클링너 맨스필드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 김정은은 역사상 가장 강한 위치에 있다고 여기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가 북한의 군수물자에 의존하게 되었으며,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식량, 연료, 자금, 군사 기술을 확보하고 중국과의 관계도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이 미국이나 한국보다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적은 조건으로 얻고 있어, 미국을 쫓아다니며 이익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 김정은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느끼며,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과 같은 외교적 성과를 위해 회담을 더 원할 것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커스 갈로스카스 애틀랜틱카운슬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국장 또한 "북한이 수십 년 만에 가장 강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갈로스카스 국장은 "현재 북한은 지난 2019년 하노이 회담 당시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비이성적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개인적 연대에 주목해야 하며, 북·중·러가 긴밀히 결합한 현실에 대응하여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 이태림 교수는 향후 북미 대화의 핵심으로 '미국이 북한 문제를 얼마나 시급하다고 보는지'와 '핵 유지를 위한 북한의 강한 의지를 고려해 미국이 비핵화보다는 군비 통제 등 현실적 접근을 준비할 용의가 있는지'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이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면서 북한 비핵화 가능성이 한층 더 낮아졌다고 분석하며, 이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미러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북한 문제가 의제에 포함되어야 하며, 미국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러시아의 지원을 요청하면 러시아가 긍정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았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우리는 핵무장을 이룬 북한과 어떻게 공존할지를 학습해야 한다"며 "북한 김정은 같은 상대가 협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만들려면 강력한 군사 대비 태세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 등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맹국과의 결속이 중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이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동맹국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한국처럼 이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한 국가들은 '미국이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벌을 주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동맹국들이 미국의 투자 요구와 징벌적 관세 부과, 추가적인 안보 부담 요구를 받으면서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경제 및 안보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