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왼쪽)과 훈 센 전 캄보디아 총리.사진=캄보디아데일리 SNS 캡처/사진=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대규모 사기 범죄 단지를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진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이 돌연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영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 발표 이후 그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실종설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현지 매체인 캄보디아데일리와 크메르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국과 영국 정부가 프린스그룹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자 천즈 회장의 행방이 불분명해졌다.

천즈 회장은 캄보디아에서 훈 센 전 총리의 고문을 맡는 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나, 미국과 중국 당국은 그와 프린스그룹에 대한 법적 제재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미국 법무부는 천즈 회장을 온라인 금융 사기 및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했으며, 유죄 확정 시 최대 4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법무부는 천즈 회장이 보유한 약 150억달러(약 21조원) 상당의 비트코인 12만7천271개를 몰수하기 위한 소송도 제기한 상태이다.

중국 당국 역시 프린스그룹이 사기 범죄로 불법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보고 2020년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여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프놈펜 내 프린스은행 지점.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천즈 회장의 캄보디아 시민권 박탈과 중국 송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현재 그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천즈 회장은 지난해 12월 프린스그룹 계열사인 프린스은행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등지에서 부동산, 금융, 호텔, 통신 등 광범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카지노와 사기 작업장으로 사용되는 단지를 건설하고 대리인을 통해 운영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이 감금되어 보이스피싱 등 사기에 동원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범죄 단지인 '태자(太子) 단지' 또한 프린스그룹이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영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 이후 프린스그룹 등에 대한 압박이 가해지자, 프린스은행에서는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주요 지점에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린스은행은 "캄보디아 중앙은행(NBC, National Bank of Cambodia)의 감독과 규제 하에 독립적이고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모든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1987년 중국에서 태어난 천즈 회장은 2014년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한 뒤 정계와 유착하여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