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회담서 파키스탄·아프간 휴전 합의.사진=카타르 외무부 엑스(X, 구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회담을 통해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카타르 외무부가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카타르와 튀르키예의 중재로 진행된 이번 도하 협상에서 양국은 평화와 안정을 공고히 하기 위한 메커니즘 구축에도 합의했으며, 휴전 이행을 검증하기 위한 후속 회의를 며칠 내로 개최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유혈 충돌로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한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카타르 외무부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15일 48시간 임시 휴전에 돌입했으나, 17일 별다른 발표 없이 휴전이 종료되며 긴장이 재고조됐다.

특히 18일 파키스탄이 아프간 남동부 팍티카주에 공습을 감행해 최소 10명이 사망했으며, 아프간 크리켓협회는 사망자에 자국 크리켓 선수 3명이 포함됐다며 다음 달 파키스탄 등이 참여하는 크리켓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팍티카주에서는 같은 날 희생자들을 위한 야외 장례 기도회에 주민 수천 명이 참석하며 갈등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파키스탄 공습으로 숨진 아프간 희생자들 장례식.사진=연합뉴스

파키스탄 당국 관계자는 이번 공습이 아프간 국경 지역에 은신한 하피즈 굴 바하두르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피즈 굴 바하두르는 파키스탄 탈레반(TTP, Tehrik-i-Taliban Pakistan) 계열 무장조직으로, 파키스탄은 이를 아프간 탈레반과 연계된 테러 단체로 간주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공습이 파키스탄 북와지리스탄 지역 미르 알리의 보안부대 시설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자폭 테러로 파키스탄 군인 7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했다.

아프간·파키스탄 국경 충돌로 사망한 파키스탄 병사의 장례식.사진=연합뉴스

양국의 갈등은 2천600킬로미터(km)에 달하는 듀랜드 라인 국경을 둘러싼 역사적 분쟁에서 비롯된다.

1893년 영국령 인도와 아프간 군주 간 협정으로 그어진 이 국경선은 아프간 측에서 공식 국경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파키스탄군은 TTP 지도부를 표적 삼아 아프간 수도 카불 등을 폭격했고, 이에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11일 국경 6곳에서 파키스탄군을 공격하며 격전을 벌였다.

파키스탄군은 이 교전으로 탈레반 정권 인사 및 무장세력 200명을 사살하고 자국군 23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아프간 군 당국은 자국군 사망자 9명, 파키스탄군 사망자 58명이라고 반박하며 상반된 수치를 제시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양국이 휴전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검증 절차를 마련할 것”이라며 “도하 협상이 지역 안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듀랜드 라인 국경 문제와 TTP를 둘러싼 양국의 근본적 입장 차이로 인해 휴전의 장기적 안정성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파키스탄 외교부 관계자는 “추가 협의를 통해 실질적 평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하며 후속 회의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