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며 계파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현재 이재명 정부에 대한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하며 당의 외연 확장을 추진하는 국민의힘 내부의 전략과 충돌하며,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재섭 의원은 19일 당 의원 온라인 대화방에서 장동혁 대표의 면회에 대해 "당 대표로서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부동산, 관세 등으로 이재명 정부에 균열이 생기고 있고, 우리 의원들이 힘을 모아 싸우고 있다"며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해명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가 국민의힘에 대한 '극우(極右) 프레임'을 강화하고, 중도층 민심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친한(親한동훈)계인 정성국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에 "당 대표가 국민의힘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 그만하시죠"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정청래, 조국, 박지원 등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인물들이 벌 떼처럼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부동산, 김현지, 민중기 등으로 간만에 여야 공수 교대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야당에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은 해당 행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장동혁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옹호론도 제기된다.
전당대회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이들의 지지를 얻었던 만큼, 언젠가는 이행해야 할 정치적 약속이었다는 것이다.
구주류인 친윤(親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김민전 의원은 의원 대화방에서 김재섭 의원의 주장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는) 우리가 의연하게 나가면 아무 일도 아니다. 우리 스스로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최보윤 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동혁 대표가 당 대표 선거 당시에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하겠다고 밝혔고, 약속이 지켜진 것이라고 본다"며 면회의 의미가 확대 해석될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17일 금요일, 특별 면회가 아닌 일반 면회로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났으며, 면회 후 자세한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장동혁 대표는 사전에 다른 최고위원이나 원내 지도부와도 면회 일정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당 차원의 만남이라기보다는 개인 정치인으로서의 만남으로 비치게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강성 지지층 내에서 특별 면회를 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면회가 중도층 민심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당내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면회 시기와 방식을 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지도부 인사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 면회를 신청했지만, 법무부가 끝까지 이를 허락하지 않아 일반 면회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는 "장동혁 대표도 더불어민주당을 한창 공격할 때 전선이 흐트러질까 봐 고민을 많이 했다"며 "다른 의미보다 정치인으로서 약속을 지킨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의 면회를 두고 당 일각의 반발이 있지만, 현재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인 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 계파 갈등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당내에서 감지되기 때문에 전면적인 당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