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선서 승리한 파스 당선인.사진=연합뉴스
볼리비아에서는 19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로드리고 파스(58) 후보가 당선되면서, 극심한 경제난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20년 만에 좌파 정권이 붕괴됐다.
이는 한때 남미 사회주의의 성공 사례로 불리던 경제 모델에 마침표를 찍고, 유권자들이 친기업 중도주의 성향의 새 지도자에게 힘을 실어준 결과로 분석된다.
한때 자원 수출 호황기를 누리며 빈곤율을 현저히 낮췄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좌파 사회주의운동당(MAS) 경제 모델은 2014년 이후 천연가스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며 위기를 맞았다.
수출 감소와 정책 혼선이 겹치면서 외환보유고는 2014년 약 150억 달러(약 21조 원)에서 약 20억 달러(약 2조8천억 원)로 급감했다.
국제금융협회(IIF, 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에 따르면 볼리비아의 재정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의 약 20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23퍼센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 수급 불균형으로 볼리비아 국민들이 주유소에서 밤을 지새우는 진풍경까지 벌어지는 등 취약한 경제 상황이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때 풍부했던 천연가스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으며 연료는 부족하다"고 볼리비아의 경제난을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기독민주당 소속의 로드리고 파스 당선인은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감세와 재정 건전성을 추구하면서 사회 지출을 지속하는 방식의 점진적인 경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하이메 파스 사모라(86) 전 볼리비아 대통령의 아들이자 현 상원 의원인 파스 당선인은 시의원, 시장 등을 역임한 잔뼈 굵은 정치인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둔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강조하며 표심을 끌어들였다.
특히 경찰 출신으로 경찰 내부 부패 의혹을 폭로하며 유명해진 러닝메이트 에드만 라라 몬타노(39)가 그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라 러닝메이트는 "파스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내가 그를 바로잡겠다"며 반부패 메시지를 강조했고, 이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부패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소구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라라의 인기가 "파스가 승리한 결정적 요인"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