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증원 개혁안 발표…대법원 앞에 놓인 화환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화환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20일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대폭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을 통해 상고심 적체를 해소하고 판결의 일관성과 신속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구체적인 운영 방안의 부재와 연합부 간 판결 불합치로 인한 혼란, 이른바 '옥상옥'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26인 대법원' 구조 개편... 연합부 도입 논란
민주당 안에 따르면 대법관은 기존 14명(대법원장 포함)에서 26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는 법안 공포 1년 후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12명을 증원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小部)는 기존 3개에서 6개로 증가할 예정이다.
특히, 대법관 26명이 모두 채워지면 전원합의체(전합) 외에도 연합부 2개를 구성하여 현재 전합과 같은 규모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에 한해서는 사실상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진정한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백혜련 사개특위 위원장은 "사실상 모든 대법관이 함께 논의하고 판단하는 구조로 판결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두 개의 전합을 만들어 상고 사건의 신속성을 기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표에는 각 연합부를 어떻게 구성하고 구별할지, 대법원장의 연합부 포함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아 향후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20일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특위가 발표한 사법개혁안에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해 ▲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 법관평가제 도입 ▲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5가지가 큰 줄기다.사진=연합뉴스
◆ 해외 사례 비교와 법조계 우려
민주당의 개혁안은 지금과 같은 단일 전원합의체(One Bench) 시스템에 대재판부나 연합부를 둔 독일이나 프랑스 방식을 결합한 형태로 분석된다.
프랑스의 파기원이나 독일의 연방일반법원 등은 법령 해석 통일을 위한 연합부나 대재판부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들은 극히 이례적으로 운용된다.
프랑스 파기원 연합부의 심리 건수는 매년 5건 미만이며, 독일 연방일반법원 민사 대재판부는 10년간 1건, 형사 대재판부는 7건을 처리했을 정도로 사용 빈도가 낮다.
법조계에서는 법 체계나 상고심 사건 수 등 구조적 성격이 다른 각국의 사례를 숙고 없이 도입할 경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연합부 사이 판결이 다를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으며, 또 다른 부장판사는 "최종심은 여지없이 '끝났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야 좋은 것인데 애매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연합부와 전합 간)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옥상옥이 된다"며 "소부에서 연합부로, 연합부에서 안 되겠으면 전합으로 가는 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전체 법관 수를 늘리지 않고 대법관만 증원할 경우 하급심 적체 해소 방안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사법개혁안 발표 의미 말하는 정청래 대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에 참석해 사법 개혁안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법관 평가제도 및 재판소원 추진 논란
사법부 내부에서는 법관 평가제도 개편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민주당 안은 기존 법원장 또는 지원장이 하는 법관 평가에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자질 평정을 포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외부인사를 주축으로 별도 법관평가위원회를 설치하려던 당초 구상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지만, 여전히 사법부 내에서는 변호사가 법관 평가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반발이 나온다.
익명의 부장판사는 "일방 당사자의 대리인 역할을 한 변호사가 법관을 평가하는 것이 공정한지 의문"이라며, 법관이 자신을 평가할 가능성이 있는 변호사에게 유리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추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재판소원(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당론 추진 여부가 이날 결정되지 않았으나, 김기표 의원의 대표발의를 통해 공론화 과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일선 판사는 재판소원 도입이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4심제가 되어 국민들의 소송 지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법관들한테 부담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재판의 무오류성에 대한 감시·통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계에서도 재판소원 도입에 대한 의견이 있어 왔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