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질의에 답하는 김대웅 서울고법원장
김대웅 서울고등법원 법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기관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고법 등 관할 지방법원 국정감사에서 여권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하여 "법원 외에서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 위반의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또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이 현재 기일 추후지정 중임에도 이론적으로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과 배준현 수원고등법원장 역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해 같은 취지로 우려를 표명하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원장들 '위헌 소지' 강력 반대

여권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 대해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법원 외부에서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 위반의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위헌 소지가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배준현 수원고등법원장도 같은 취지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법원 내부의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법사위 국감 기관 보고하는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기관 현황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법관 증원 논의... '공감대 속 신중론' 유지

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법원장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인식이 나타났으나, 증원 숫자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대웅 법원장은 "증원 자체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증원 숫자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통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민석 법원장은 "증원 필요성이나 그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대법관 증원 문제는 대법원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준현 법원장도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관 증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추진 방안에는 더욱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기일 추후지정' 중에도 진행 가능성

이날 국감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을 두고도 집중적인 질의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사건 항소심 선고 후 대법원으로 기록이 신속하게 송부된 점에 대해 "이런 적이 있었느냐"고 질의했고, 김대웅 법원장은 "선거범죄 사건이기 때문에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조치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런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서울고법의 자체 판단이며 대법원으로부터 지시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에서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기록을 전자문서로 확인해 위법 수집 증거라고 주장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으며, 김 법원장은 "전자문서로 본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김 법원장은 현재 '기일 추후지정' 상태인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 재판이 임기 중에도 이론적으로는 진행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의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는 질문에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말해 향후 재판 진행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이에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재량 사항이냐고 확인을 구하자, 김 법원장은 "현실 재판이 아니고, 이론적으로 재판이 (소추에) 포함된다는 견해도 있고,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는 것"이라며 원론적 답변임을 강조했다.

앞서 재판부는 헌법 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근거로 기일을 추후 지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사위 국감에서 증인 선서하는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서울고법과 수원고법, 서울중앙지법 등 수도권, 강원 지역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사법부 독립 존중 요청과 국감장 이모저모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정감사 당시 90분간 이석하지 못한 채 국감장을 지킨 것을 사법부 독립 침해 사건으로 볼 수 있는지 묻자, 김 법원장은 "입법부와 사법부 모두 간에 견제 원리도 작동하지만, 균형과 존중의 원리도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면서도 사법부 존중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의 "사법부가 선출권력보다 아래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나경원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도 출석했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부인과 남편으로서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공직 이해충돌이라고 생각한다"고 질문했으며, 김재호 법원장은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는 국회의 자율적 판단 영역으로, 법원장으로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공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원칙에는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