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집권 이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서며, 글로벌 패권 경쟁 상대인 중국과의 담판을 시도하고 이를 뒷받침할 우방국들과의 결속을 다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4박5일간의 순방 일정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밤(아시아는 25일 낮) 워싱턴 디.씨.(DC, District of Columbia)를 출발하여, 10월 26일 오전 말레이시아에 도착,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갖는다.
이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정상 실무 만찬에 참석하며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 견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27일 일본으로 향하며, 이튿날인 28일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의 첫 미일정상회담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2박3일 일정을 소화한 뒤 29일 한국으로 이동한다.
한국에서의 1박2일 일정은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방한 첫날인 29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최고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 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같은 날 저녁 정상들과 실무 만찬(Working Dinner)을 갖는다.
이 실무 만찬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행사에 불참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하는 측면이 커 보인다. 이어진 아시아 순방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 나선다.
이는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Group of 20) 정상회의 이후 약 6년 만의 만남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두 정상의 회담이 '약식 회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긴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순방 일정과 동선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와 무역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일본과 한국으로 이어지는 행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의 해상 세력 방위선에 해당하는 '제1도련선'과 일치한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일본, 한국, 중국 정상과 잇따라 만나는 자리에서는 '관세'와 '투자'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미국은 일본과 무역협상 타결 이후 5천5백억 달러의 대미 투자 등을 놓고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한국과는 3천5백억 달러의 대미 투자 방식과 외환시장 안전장치 등에서 이견을 조율 중이다.
중국과는 첨단·전략산업 주도권을 놓고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1백 퍼센트(%) 추가 관세 예고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이러한 쟁점들을 둘러싼 합의점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 군축까지 거론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판문점 회동.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번 순방에서 김정은 북한 김정은과의 회동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백악관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번개 회동'을 제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판문점 회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전격 성사된 전례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방영된 씨엔엔(CNN, Cable News Network) 인터뷰에서 북미 간 회동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예상하면서도, 만약 전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전적으로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