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발언하는 다카이치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이재명 대통령과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협력을 적극 강조했다.
과거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군사 협력 등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해 한일 및 한미일 공조를 지속하려는 의지를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그간 구축해 온 일한 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을 위해 유익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전략 환경 아래 일한 관계, 일한 간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덧붙였다.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양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발언 내내 환한 미소를 보이며 회담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회담 직후 일본 취재진에게 다카이치 총리는 "매우 따뜻하게 환영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웃 나라이기 때문에 입장이 다른 여러 현안이 있지만 이를 리더십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역사와 영토 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총리가 사용한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발전', '셔틀 외교', '이웃 나라' 등의 표현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자주 썼던 말이다.
이시바 전 총리는 역사 인식이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초순 자민당 총재로 취임하기 전까지 태평양전쟁 에이급(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다.
이 때문에 집권 시 한일관계 악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그는 이달 17일부터 19일까지 가을 예대제 기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의 김과 화장품,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밝히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협력 기조를 명확히 표명해 기존 우려를 일단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주 APEC 계기 한일정상회담 주요 내용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9일 만에 이뤄진 양국 정상의 첫 대면으로,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오후 6시 2분부터 41분간 진행됐다.사진=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일 양국은 자국 우선주의로 기울어가는 미국과 관계 구축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협력을 심화해 주변 안전보장 환경의 엄중함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양 정상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대립보다는 협력이 상호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이어 "역사, 영토 문제 등은 양국의 불씨로 남는다"며 "셔틀 외교로 정상이 빈번하게 대면해 상호 이해 촉진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을 염두에 둔 미국 주도 한미일 안전보장 협력을 중시해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신문은 "미국은 한일 양국이 역사 문제 등으로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아 다카이치 총리도 '미래지향'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