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후 에어포스원에 오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에서 '세기의 담판'을 벌여 '관세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었던 양국 간 무역 갈등을 잠정적으로 봉합하는 데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1년 유예와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에 협력하기로 했으며, 그 대가로 미국은 중국에 부과해온 관세를 10퍼센트(%)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 또한 양국이 경제무역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후속 작업을 통해 합의 사항을 잘 유지·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중 무역전쟁 확전 피하고 '숨고르기' 국면 전환

이번 합의에 따라 중국과 미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와 추가 관세 100퍼센트(%) 부과 카드를 꺼내며 확전 우려를 키웠던 미·중 무역전쟁은 일단 '파국'을 피하고 숨고르기 국면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들어 더욱 첨예해지고 있는 미·중 전략 경쟁은 지속적으로 고조될 것으로 관측되며, '새판짜기'는 양 정상의 상호 방문을 통한 후속 정상 외교가 이뤄질 2026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미중정상회담 결과 주요 내용

30일 김해공항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시행 중인 합성마약 펜타닐 관련 징벌적 세를 기존의 20%에서 10%로 낮추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양안 문제(대만-중국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는 등 이날 정상회담의 의제는 주로 무역과 경제 이슈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사진=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 "희토류 문제 해결" 강조하며 대중 정책 전환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시진핑 주석과 약 100분간 회담한 뒤 귀국길 전용기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에서 진행된 약식 기자회견에서 "희토류는 전부 해결됐다"며 "그 장애물은 이제 없어졌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 유예하기로 했으며 이후 유예를 매년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 희토류 17종 중 7종에 대한 수출통제를 시작하고, 10월 9일에는 통제 대상을 12종으로 늘린 뒤 역외 수출통제까지 도입했던 중국의 강경책에 대한 미국의 강한 반발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중국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전구 물질 등을 차단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으며, 이에 미국은 중국에 부과해온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종전 20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낮춰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57퍼센트(%)였다가 이제 47퍼센트(%)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국이 최근 중단한 미국산 대두(大豆) 구입을 재개하는 등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그 이후에는 시 주석이 플로리다주 팜비치나 워싱턴DC(Washington D.C.)로 올 계획이라고 밝히며 양국 간 정상 외교를 예고했다.

그는 6년 만에 이루어진 시 주석과의 회담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회담이었다.

매우 크고 강력한 두 나라에 좋은 회담이었다"고 평가하며 이번 회담에 0점에서 10점 사이에 점수를 매긴다면 12점을 주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중국은 미국 에너지 구매 절차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알래스카주(州)에서 석유와 가스를 대규모로 구매하는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 중국, '장기적 이익' 강조하며 경제무역의 '균형추' 역할 제시

시진핑 주석은 미·중 양국이 경제무역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상호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무역은 지속해서 중미 관계의 균형추이자 추진기가 돼야 하며, 걸림돌이나 충돌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중국 상무부 또한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 회담을 통해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조치 1년 유예, 펜타닐 퇴치 협력, 농산물 무역 확대 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미국이 9월 29일 발표한 수출통제 확대 조치를 1년 유예함에 따라 중국도 10월 9일 발표한 관련 수출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이 10퍼센트(%)의 '펜타닐 관세'를 철회하기로 함에 따라 중국도 펜타닐 관세 관련 보복 조치를 조정할 것이며,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산 상품에 대한 상호 관세 24퍼센트(%) 부과 유예 조치도 1년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Jamison Greer) 대표는 중국 조선·해운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합의 기간 동안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미국 조선업에 1천500억 달러(약 195조 원)를 투자하기로 해 미국의 조선업 재건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 외신, '불완전한 휴전' 지적…핵심 쟁점 해결은 미지수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외신들은 미·중 간 근본적인 무역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도자들의 주요 현안 중 일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 중국의 실질적인 미국산 대두 구매량 등은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리비움 차이나(Trivium China)의 농업 전문가 이븐 페이(Even Pay)는 중국의 대두 구매가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무역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미·중 관계를 "깨지기 쉬운 휴전" 혹은 "전술적 데탕트(détente)"라고 평가하며, 이는 "대규모 재편이 아닌 전술적 휴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중국의 산업 정책, 제조업 과잉 생산,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 등 미국이 핵심적으로 지적했던 쟁점들이 이번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CNN(Cable News Network) 방송은 이번 협상을 "시 주석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큰 양보"라며 "위험 신호들"로 채워져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관세 인하가 트럼프 행정부에게 상당한 '도박'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직접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중국의 요구에 굴복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이번 합의가 양국 간 무역의 '벼랑 끝 전술'을 완화할 것이지만, 양국 경제 경쟁의 핵심 쟁점을 다루는 포괄적 합의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투자, 미국산 대두 구매, 틱톡(TikTok) 매각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며,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도 중국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