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는 트럼프·시진핑
30일 김해국제공항에서 회동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30일 부산에서 열린 가운데, 외신들은 이번 회담이 양국 간 무역 갈등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한 핵심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세기의 담판'으로 불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외신들은 대체로 '전술적 휴전'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 '세기의 담판', 긴장 완화 속 미묘한 합의 내용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양국 간 무역전쟁의 온도를 낮췄다는 신호"로 평가했다.

약 1시간 40분(1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미국은 펜타닐 관련 징벌적 관세를 기존 20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인하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는 한편 미국산 대두(大豆) 등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합의 내용을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어조가 "불안정한 무역전쟁을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미중 정상회담 종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외신, "근본적 갈등 해소 못 한 '전술적 휴전'" 지적

그러나 외신들은 이번 합의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WP는 "지도자들의 주요 현안 중 일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문제나 중국의 실질적인 미국산 대두 구매량 등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리서치 회사인 트리비움 차이나(Trivium China)의 농업 전문가 이븐 페이(Even Pay)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미국 농가에는 희소식이나, 중국의 대두 구매가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무역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판매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구체적인 협상은 엔비디아(NVIDIA)에 넘겨진 상태이다.

또한, 대중 관세 역시 무역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올해 초에 비하면 낮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전보다는 여전히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의 이언 브레머(Ian Bremmer) 역시 "미국과 중국 관계의 전반적인 상황은 훨씬 어려운 처지에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분리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깨지기 쉬운 휴전"에 들어갔다고 평가하며, 이번 합의가 양측에게 숨 쉴 여유를 주었지만 "대규모 재편 아닌 전술적 휴전"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이번 합의가 미국이 원하는 것과 중국이 주려고 하는 것 사이의 근본적인 불일치를 드러냈다고 강조하며, 중국의 산업 정책, 제조업 과잉 생산 등 주요 쟁점들이 이번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미중정상회담 결과 주요 내용

30일 김해공항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시행 중인 합성마약 펜타닐 관련 징벌적 세를 기존의 20%에서 10%로 낮추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양안 문제(대만-중국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는 등 이날 정상회담의 의제는 주로 무역과 경제 이슈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사진=연합뉴스


◆ 트럼프 양보와 중국의 강력한 대응… 미중 관계 냉각 가능성

미 CNN(Cable News Network) 방송은 이번 협상을 "시 주석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큰 양보"로 규정하며 "위험 신호들"로 가득 차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관세 인하가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도박이며, 시 주석과 직접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중국의 요구에 굴복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이 펜타닐 관세를 양보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이번 합의가 지난 몇 개월간 지속된 양국 간 '무역의 벼랑 끝 전술'을 완화할 것이지만, 핵심 쟁점들을 다루는 포괄적 합의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투자, 미국산 대두 구매, 틱톡(TikTok) 매각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고, 러시아산 원유 구입 중단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도 중국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향후 미중 관계는 기술, 국방, 인권, 경제 문제 등 근본적인 갈등 요소로 인해 여전히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