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출석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형사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지난 4월 내란 사건 재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하여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과 비상계엄 당시 국회 군 투입 경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윤 전 대통령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지난 7월 재구속 후 16차례 불출석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투입한 행위가 "질서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수긍할 수 없다"고 맞섰다.
◆ 국회 군 투입 목적 논쟁… '질서 유지' 대 '수긍 불가'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국회 군 투입이 '질서 유지' 목적이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회는 매우 넓은 곳이고, 당시 회기 중이었다"며 "확보라는 것은 군이 어떤 지점을 장악한 후 민간인 통제를 불허하는 식인데 그런 것 없이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확보라는 것이 결국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민간인을 억압하지 않고 질서 유지를 위해 들어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곽 전 사령관은 "질서 유지라는 데 수긍할 수 없고, 질서 유지나 시민 보호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특전사 요원들이 소화기 터질까 봐 도망 다니고 폭행도 당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민간인과 충돌하지 말라고 지시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그것은 결이 다른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국회를 확보하려 한 것은 "건물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은 행위였다"고 설명했다.
◆ 곽 전 사령관, '의원 이탈 지시' 인정… '도끼 지시'는 부인
곽 전 사령관은 내란 특별검사팀의 주신문 과정에서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했던 증언을 유지했다.
그는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이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곽 전 사령관은 특히 2024년 12월 3일 오후 11시 36분과 다음 날인 4일 0시 31분, 윤 전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했으며, 이 과정에서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문을 열고 국회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며 감정이 격해진 듯 울먹였다.
다만,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당시 '도끼를 사용하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특검팀 질문에 "도끼라는 표현은 제 기억에 없다"고 답했다.
또한 김현태 전 단장에게 "전기를 차단할 수 있느냐"고 물었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는 윤 전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사진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지난 2월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비상대권' 언급 있었으나 '계엄' 직접 지시는 없었다 증언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1일 저녁 대통령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과 함께한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계엄이라는 용어를 말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곽 전 사령관은 "당시 기억 속에 확보해야 할 장소, 비상대권, 특별한 방법 이런 게 그때부터 있다"고 회상하며, 특정 방식의 조치 가능성을 암시받았음을 내비쳤다.
이어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9일 같은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특별한 방법'이라는 것을 비상계엄으로 이해한 게 맞느냐"고 묻자, 그는 "없다고 하면 거짓일 것 같다"며 "머릿속에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윤 전 대통령이 "전 세계로 중계방송되는데, 국회 본회의장에 특수부대가 들어가서 의원들을 끄집어내면 아무리 독재자라도 성하겠느냐"며 비상계엄의 부당성을 질문하자 "말씀하신 게 김 전 장관 생각과 같은지 모르겠다"며 "만약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이 시민을 보호하고 짧게 하고 빨리 빠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면 군이 왜 들어갔겠느냐. 경찰을 부르면 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