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부 세계은행 부총재
김상부 세계은행(월드뱅크·WB) 부총재는 세계은행이 오는 12월 인천 송도에 '글로벌 지식 센터'를 열어 개발도상국을 위한 인공지능(AI)·디지털 경험과 기술 전수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워싱턴DC 세계은행 본부에서 한국 언론들과 인터뷰하는 김 부총재.사진=연합뉴스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빈곤 퇴치를 돕는 국제금융기구인 세계은행(월드뱅크·WB)은 오는 12월 인천 송도에 첫 디지털 글로벌 지식센터를 개소하며 한국의 인공지능(AI)·디지털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한다고 2일 밝혔다.

김상부 세계은행 부총재는 지난 10월 28일(현지 시각) 워싱턴 디씨(Washington D.C.) 세계은행 본부에서 한국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김상부 부총재는 오늘 이 자리에서 “한국은 선진 기술과 시스템, 정책의 삼박자를 갖춘 곳”이라며,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디지털을 통해 완전히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경험이 저개발국에는 중진국으로, 중진국에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세계은행 차원에서 각국에 지식센터를 설립한 사례는 있었지만, 디지털 분야 관련 지식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설립될 글로벌 지식센터는 한국 기업과 정부 정책 등 다양한 디지털·에이아이(AI) 경험 사례를 모으고 분석하여 개발도상국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다.

김 부총재는 센터 개소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밝히며, 센터 운영 재원은 세계은행 자금을 활용하되 한국 자금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4년 9월 4년 임기의 세계은행 디지털 전환 부총재로 취임하여 한국 출신으로는 세계은행 최고위직에 진출한 김상부 부총재는 행정고시 40회 합격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대통령실 등에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AI의 급격한 성장 추세를 반영하여 그의 세계은행 내 담당 업무는 최근 디지털 전환에서 디지털·AI 전환으로 확대 개편됐다.

김 부총재는 “AI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국가별 AI 격차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며, 이를 그대로 두기보다는 초기부터 개도국들이 AI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세계은행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

그는 AI 격차에 대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90퍼센트(%)가 선진국에 있고, 저개발국들은 생성형 에이아이(Generative AI)를 쓰는 비중이 1퍼센트(%) 미만으로 AI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재는 앞으로 개도국의 AI 활용 방안에 대해 "스몰 에이아이(Small AI)라는 콘셉트를 정책적으로 개발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 중심의 빅 에이아이(Big AI)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통신 설비, 데이터센터, 컴퓨팅 파워(Computing Power), 인재 확보, 엄청난 양의 데이터 수집·가공이 필요하며 이는 막대한 재원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재는 이 노력 또한 소홀히 하지 않겠지만, 이것이 다 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임을 지적하며 개도국들이 바로 AI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 적용해야 한다고 스몰 AI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농업·의료·교육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며, “농부가 병충해가 든 작물 사진을 찍어서 AI에 물어보면 어떤 살충제를 쓰면 될지 쉽게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예시를 들었다.

또한 AI가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손쉽게 제공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일자리 창출의 기회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Infrastructure) 운영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에, 세계은행은 원자력 발전을 개도국에도 도입할 수 있을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와 협의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김 부총재는 밝혔다.

그는 개도국은 내전이 많고 안보가 취약하여 원전의 안전성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임 1년 2개월을 맞은 김 부총재는 “많은 개도국이 빠른 경제 성장이 필요한데도 정체돼 있다.

개도국 관계자들을 만나면 디지털을 어떻게 활용해 경제 개발을 이뤄낼지 의욕도 많고 세계은행에 대한 요구도 많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세계은행을 통해 많은 지원을 해줘서 큰 기여가 되고 있고 한국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다”며 “한국의 여러 경험이 세계에 전수됐을 때 인류에 기여하는 바도 크지만, 한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