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영접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 최종 타결한 관세 협상 세부 협의와 관련해 합의문 확정 및 발표를 위한 막판 조율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4일 나타났다.
조만간 양국은 '합동 설명 자료(JFS, Joint Fact Sheet)'를 발표하고 양해각서(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 서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측은 막판 문서화 과정에서 자동차 등 품목의 관세 적용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추가 제안을 하는 등 마지막까지 협상 중이다. 이에 따라 문서화 시점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지막 담판을 통해 종결한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은 총 3천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결정했다.
이 중 2천억 달러(약 28조5천7백억 원)는 '현금 투자'로 진행하되,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약 2조8천5백억 원)로 설정했다.
나머지 1천500억 달러(약 21조4천2백억 원)는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마스가(MASGA, Make America's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에 별도로 할당됐다.
미국은 지난 7월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은 한국에 대한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낮추기로 했다.
또한 향후 적용될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최혜국 대우(MFN, Most Favored Nation)**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팩트 시트 발표 및 MOU 서명 시점과 관련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3일 기자들에게 "관련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면서 "오늘내일 중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늦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사진 기자에게 포착된 김 장관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면 현재 한미 간 팩트 시트 발표와 MOU 서명 시점을 놓고 막판 조율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당국자가 김 장관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한국 측은 MOU 서명과 함께 미국 연방 관보에 한국에 대한 관세 인하 내용을 게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 7월 한미가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와 함께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를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미국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MOU 서명과 함께 관보 게재를 통해 '행동 대 행동' 이행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연방 관보 동시 게재가 어려울 경우에는 최소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의 확약(assurance)을 서면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측은 한국 측 제안에 대해 연방 관보 게재는 MOU 서명 후 진행하고, 조인트 팩트 시트를 발표하는 만큼 러트닉 장관의 별도 확약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트닉 상무장관 만난 김용범 실장-김정관 장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0월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한미 관세협상 현안 관련 면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관세 인하 시점과 관련해서도 한국 측은 자동차 등 품목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을 마지막까지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앞서 합의한 자동차를 비롯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에 대한 관세 인하 및 무관세 적용 시점을 놓고 논의 중이다.
한국 측은 상호관세 부과 시점인 8월 7일을 기준으로 소급 적용하자고 제안하고 있으며, 미국 측은 MOU 체결 시점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에 대한 무관세 조치의 경우 별도 협의를 통해 한국 측 주장이 수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부품에 대해서는 무관세 원칙을 MOU에 반영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가 진행 중이며, 무관세 시점과 관련해서는 한미 간 합의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통상 관련 소식통은 "상호관세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가 주무 부서이고, 다양한 품목 관세는 미 상무부가 주무 부서여서 품목 관세 적용 시점과 관련해 문서화 과정에서 한국 측이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 관세 협상 관련 최종 합의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 시트는 곧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 간 MOU 체결식을 화상이 아닌 대면 행사로 치르는 경우 시점이 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관 장관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참석하여 관세 협상 후속 절차에 대해 "적절한 시일 내에 미국과의 전략적 투자 MOU에 서명할 것"이라며 "이달 중 기획재정부와 공동으로 MOU 이행을 위한 기금조성 법안을 발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