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특강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6월25일 울산시교육청 대강당에서 교직원 헌법 특강을 하고 있다.※기사와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현재 대한민국 사법부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사법 개혁' 논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최근 '재판소원' 도입을 옹호하며 "헌법재판소(헌재)의 신뢰도가 대법원보다 낮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발언한 것은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명분 삼아 사법부 내 권한의 무게를 재려는 시도는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재판소원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헌재 전 고위 관계자의 이러한 발언은 자칫 사법 기능 마비와 헌정 질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을 국회와 사법부는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는 각 기관의 헌법적 소명에 대한 충실한 이행과 독립적인 권한 행사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지, 타 기관의 권한을 넘보는 구도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문형배 전 대행의 주장은 법원 재판의 위헌 여부를 헌재가 심사하는 재판소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명백히 '4심제'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최고법원으로 대법원을 명시하고 있으며, 법원의 확정판결은 법적 안정성과 최종성을 보장한다. 만일 재판소원이 도입되어 헌재가 법원 판결의 상급심 역할을 하게 된다면, 법원의 판결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사법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패소한 당사자들은 재판소원이라는 추가 절차를 남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소송의 무분별한 남발과 국민의 신속한 권리 구제 지연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뿐이다. 헌법재판관 출신 인사가 헌법이 부여한 기관의 역할과 권한 분립 원칙을 간과하고 무책임하게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것은 사법부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로서 지극히 부적절하다.
나아가 문 전 대행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기소 개혁 논의에서도 경찰의 신뢰도가 검찰보다 높다며 권한 분배에 있어 신뢰도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사법 개혁의 본질을 흐리는 지극히 정치적이고 위험한 주장이다. 수사·기소 개혁의 목적은 오로지 국민의 인권 보장과 사법 정의 실현에 있으며, 특정 기관의 유불리를 따지거나 신뢰도라는 주관적 지표로 권한의 무게를 재는 것이 아니다. 사법 기능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시스템적 보완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기관에 대한 우위를 주장하며 불필요한 기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사법 개혁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신뢰'는 그 결과물이지 권한 배분의 척도가 될 수 없다.
문형배 전 대행 스스로도 "신뢰는 이루기 힘들어도 무너지는 건 잠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오히려 국민이 사법부를 바라보는 신뢰를 떨어뜨리고 기관 간 불신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검찰과 경찰은 각자의 헌법적 소명을 다하고, 상호 존중과 견제 속에서 공정한 사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법 개혁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자유민주주의의 법치주의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국회는 이러한 사법부 내부의 권한 다툼을 방관하거나 부추기지 말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진정한 사법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