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권 요청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의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 중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발언권 요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는 4일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제3자 뇌물' 사건의 첫 공판에서 수원지검에 대한 '연어·술파티' 의혹의 서울고검 감찰 결과를 보고 재판 속행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부지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피고인석에 섰다.

이 전 부지사는 재판 시작 전 발언 기회를 얻어 "종전 관련 재판에 증거로 채택된 조서가 공범 분리 규정을 무시하고 공범 간 협의로 작성되어 증거능력이 없으며, 법정 진술 역시 증인신문 직전 수원지검 1313호에 모여 세미나를 한 뒤 이루어져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재판이 증거 효력에 관한 사건인 만큼 감찰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 사건이 "윤석열 정권이 야당 대표 정치인 이재명을 탄압하고 제거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이 자신에게 이재명에 대한 허위 진술을 강요했으며, 별건 수사로 협박했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수원지검이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해 "지극히 기만적인 조사를 통해 불법이 없었다는 허위 사실을 언론에 공포하고 법원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전 부지사는 재판이 강행된다면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이 정치인 탄압 도구로 전락한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또한 재판부에 소명 기회를 요청하며 피고인석에서 일어났다.

김 전 회장은 3년 동안 이 사건으로 조사받고 재판받는 와중에 서울고검에서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며 재판부가 소명을 가지고 재판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모두 진술과 피고인 측의 의견 진술로 진행됐다.

검찰은 약 30분간 파워포인트(PPT, PowerPoint)로 모두 진술을 진행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2019년 1월과 5월 북한과 쌍방울 그룹 측이 작성한 각종 사업권 합의서 등을 제시하며 "대북송금 사건의 진실은 북한이 대북 사업권을 쌍방울에 주겠다고 속이고 7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편취한 사기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북한으로서 경기도에 기대하고 희망하는 사업은 인도적 지원 사업 정도"라며 "이재명 방북 비용 관련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유일한 증거는 김성태의 진술인데 그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김 전 회장의 변호인 또한 "검찰은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피고인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아냈는데 인제 와서 똑같은 사실관계를 갖고 제3자 뇌물이라는 죄명만 바꿔 추가 기소했다"며 "이는 공소권 남용으로 재판은 공소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안 판단에 나아가더라도 "경기도가 진행하던 정책 사업에 협조를 구하던 수준으로 부당한 청탁은 없었고 설령 유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화영 피고인의 지속적인 요청에 있어 수동적으로 참여한 점 등을 참작해달라"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들이 지난해 6월 기소되고 약 1년 5개월 만에 열린 첫 공판이다.

지난 7월 22일 마지막 공판준비기일 이후 9월 9일 첫 공판 기일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 전 부지사가 건강 문제로 불출석하면서 재판은 4일로 연기됐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대해 "이화영 피고인이 서울고검의 감찰 조사 결과를 보고 이 사건 재판 진행 여부를 판단하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감찰 결과가 나오면 사실 조회 등을 통해 재판부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므로 재판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쌍방울 대북송금 제3자 뇌물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 전 부지사와 함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약 71억 원)와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약 42억 원)를 대신 내도록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재판부는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정 운영의 계속성" 등을 이유로 재판 절차를 중단하고 기일을 추정(추후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