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서 악수하는 한미 국방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4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 주요 한미동맹 현안을 긴밀히 논의했다.

특히 두 장관은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핵잠수함 도입과 관련하여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SCM이 끝난 뒤 안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관련 질문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드린다"며 "당연히 군 당국에서는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유관기관인 국무부, 에너지부와도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맹의 능력이 제고되기를 원하며, 그런 차원에서 대한민국은 모델과 같은 국가"라면서 "대한민국이 더 강력한 능력, 최고의 능력을 갖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열고 승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양국이 선의를 갖고 계속 토론하여 긍정적인 결과로 이끌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이 조선업에서 세계적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잠수함뿐만 아니라 수상함, 전투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길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안 장관은 '한국이 핵무기 개발 추진을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에서 핵무기 개발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한민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체제에 가입된 나라로서 핵을 본질적으로 가질 수 없는 나라임을 지적하며 "한반도 비핵화는 흔들림 없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다시 배치되길 희망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핵을 가질 수 없기에 미국의 핵과 대한민국의 재래식 무기, 그래서 핵·재래식 통합(CNI, 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체제가 구축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 확대회의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확대회의에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SCM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임기 중 실현을 목표로 내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관련 논의도 이루어졌다.

전작권 전환은 최초작전운용능력(IOC, 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 검증, 완전운용능력(FOC, Full Operational Capability) 검증, 완전임무수행능력(FMC, Full Mission Capability) 검증 등 3단계를 거치며, 현재는 FOC 평가를 마치고 검증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번 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일정과 함께 FOC 검증을 마무리하는 목표 시점을 놓고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안 장관은 우리나라의 국방비 증액 계획을 설명했고, 헤그세스 장관은 이에 환영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안 장관이) 대한민국 정부가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미사일과 사이버 등 필수 능력 부분에서 핵심적 군사 능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로 말한 것에 대해 많이 고무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국방장관 핵잠·전작권 관련 논의 주요 내용

한미 국방부 장관은 4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동맹 현안을 논의했다.사진=연합뉴스


두 장관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위기 등에도 투입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3일 안 장관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을 방문한 것을 언급하며 "동맹을 통해 한반도에서 안정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와 동시에 역내에 다른 어떤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미 양국 간 솔직한 대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될 것이고, 결론적으로는 대북 재래식 방어에서는 대한민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재래식 위협 대응에는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주한미군은 한국과의 협의를 거쳐 필요시 북한뿐만 아니라 역내 여러 위협에도 대응하는 임무를 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SCM은 주요 군사정책을 협의·조정하는 한미 국방 분야 최고위급 기구로, 한국과 미국에서 번갈아 가며 열린다.

양국 국방 수장은 통상 SCM을 마치고 바로 합의한 내용을 공동성명 형식으로 발표했지만, 올해는 양국이 협의 중인 한미정상회담 안보·관세 분야 '팩트시트'가 나온 이후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