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 출근하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항소 포기' 사태로 거센 논란에 휩싸였던 노만석(사법연수원 29기·대검찰청 차장검사) 검찰총장 대행이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직 유지와 사퇴 사이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고심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자신의 결정이 “검찰 조직을 지키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었음을 시사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만석 대행은 12일 오전 8시 40분께 대검찰청(대검) 청사로 출근한 직후 대검 부장(검사장급) 7명으로 구성된 참모진과 회의를 열어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행은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면서도 “오늘까지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시한을 못 박아뒀다고 한다.

오전 한때 노 대행이 외부 일정을 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그의 사퇴를 반대하는 법무부와의 조율로 직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노 대행의 고민이 길어지자, 부장들은 오후에 다시 그를 찾아가 용퇴를 건의했다.

이 논의 과정에서 참모진은 노 대행이 직을 지킨다 하더라도 “이미 리더십에 상처가 나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이러한 설득이 노 대행의 최종 결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노만석 대행과 참모진 간 하루 종일 이어진 논의에서 사퇴 결단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은 "자리를 지킨다 한들 '제대로 된 대행'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일선 검찰청의 검사장급 간부들부터 대검 참모진, 그리고 평검사인 연구관들까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만큼, 이미 리더십에 큰 손상이 발생해 더 이상 검찰 내부를 통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대검 관계자는 당초 사퇴 의사가 없었던 노 대행이 여러 의견을 청취하며 끝까지 고심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번 사퇴 결정 과정에서 법무부와의 사전 교감이나 협의는 없었다고 법무부 핵심 관계자는 밝혔다.

검찰 '항소포기' 논란 지속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내부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사퇴 요구와 관련한 언론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태극기와 검찰기.사진=연합뉴스

결국 출근 후 8시간 반 만인 오후 5시께, 노만석 대행은 참모진을 불러 모아 “사퇴하기로 했다”는 결심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소회를 '퇴직의 변'으로 갈음하겠다며 다른 말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진 대부분은 이 자리에서 “보필을 못 해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대검 대변인실은 오후 5시 40분께 노 대행의 사의 표명을 공지했고, 노 대행은 30분 뒤인 오후 6시 10분께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지하를 통해 청사를 빠져나갔다.

그는 다만 서울 강남구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솔직한 소회를 밝혔다.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의 윗선 개입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노 대행은 “제가 한 일이 비굴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검찰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이라며 자신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이어서 “제가 빠져줘야 (검찰 조직이) 빨리 정착된다고 생각해서 빠져나온 것”이며, “이 시점에서는 ‘잘못한 게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서 조직에 득이 될 게 없다 싶어서 이 정도에서 빠져주자 이렇게 된 것”이라고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노만석 대행은 2000년 대구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그는 “4개월 동안 차장검사(차장)를 지냈던 것이 20년 검사 생활보다 더 길게 느껴졌고, 4일간 있었던 일은 4개월보다도 더 길었다”며 “어제는 천 번 만 번 생각이 바뀌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만석 대행은 직무대행을 맡게 된 이후 정부의 압박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전 정권이 기소해놓았던 게 전부 다 현 정권 문제가 돼버리고, 현 검찰청에서는 저쪽(현 정권)에서 요구사항을 받아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저쪽에서 지우려고 하고 우리(검찰)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수시로 많이 부대껴왔고, 조율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노만석 대행은 13일 출근하지 않았으며, 14일 면직안이 수리될 것으로 보고 당일 오전 퇴임식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