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 대표단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모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28개 항목의 우크라이나 평화구상안에 대한 세부 논의에 들어갔다.
이번 회담은 격화되는 전쟁 상황 속에서 새로운 평화 해법을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로 평가된다.
미국 당국자는 이날 로이터 통신을 통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우크라이나와 평화 계획을 논의하고자 제네바에 도착했음을 밝히며, 양측 간 다양한 형식의 회담이 하루 종일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제네바 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측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했다"며 "상당한 추진력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소셜미디어 엑스(X, 구 트위터) 게시글에서 "현재 전쟁 종식을 위한 단계별 작업을 진행할 팀들이 스위스에서 회의 중"이라며 "외교적 노력이 재개되고 건설적 대화가 가능해진 점은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논의에서 "반드시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필요하다"고 기대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평화 구상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및 루한스크)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양보하고, 우크라이나군을 60만 명 규모로 축소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가입을 금지하되, 나토와 유사하게 미국과 유럽의 '집단 방위' 방식 안전 보장 장치를 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상안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러시아 측 입장이 대거 반영된 안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불만이 제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해당 초안이 "내 최종 제안은 아니다"라며 협상 과정에서 수정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스위스 제네바의 미국 대사관 앞에 모여있는 기자들.사진=연합뉴스
제네바 회의에 맞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 집행위원장은 평화 협상의 기본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엑스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국경은 무력으로 변경될 수 없고, 주권 국가로서 우크라이나 군대에 대한 제한은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러한 제한이 "우크라이나를 미래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고 결국 유럽 안보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보장하는 데 EU의 중심적 역할이 완전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크라이나는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자유와 주권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들은 유럽적 운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에 의해 납치된 모든 우크라이나 어린이의 귀환 문제가 "합의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핵심 요소"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및 캐나다와 함께 '우크라이나 아동 귀환을 위한 국제연합 정상회의'를 공동 주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