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대표와 윤한홍 의원
원조 친윤(친윤석열)으로 불렸던 국민의힘 3선 중진인 윤한홍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혼용무도(昏庸無道)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날 윤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인연,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의 굴레를 벗어나자"고 말했다. 또 "우리 당 지지율은 과락 수준에서 변동이 없다. 왜 그렇겠느냐"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이니 우리가 아무리 이재명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 백약이 무효"라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향해 강성 지지층에만 기댄 행보에서 벗어나 중도층 확장을 위한 변화를 촉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장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계엄 정당성을 옹호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은 메시지를 내놓자, 변화 없이는 내년 선거에서 필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의 '친윤'(친윤석열) 성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당의 노선 전환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의 3선 중진인 윤한홍 의원은 12월 5일 국회에서 열린 '혼용무도(昏庸無道)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 참석해 장동혁 대표가 지켜보는 앞에서 "계엄을 벗어던지고 그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윤 의원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이니 우리가 아무리 이재명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며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당의 변화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이 발언은 조은희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지지를 표했고,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5선의 권영세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께 깊은 우려를 안겨드린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동조하며 압박에 가세했다.
권영세 의원은 지난 12월 3일에도 페이스북에 "계엄 선포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잘못된 선택이었다. 깊이 반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한홍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
원조 친윤(친윤석열)으로 불렸던 국민의힘 3선 중진인 윤한홍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혼용무도(昏庸無道)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윤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인연,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의 굴레를 벗어나자"고 말했다. 또 "우리 당 지지율은 과락 수준에서 변동이 없다. 왜 그렇겠느냐"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이니 우리가 아무리 이재명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 백약이 무효"라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대구시장을 지낸 재선 의원인 권영진 의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장동혁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자기 정치를 위해서도 바뀌어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장 대표가 중도층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강성 지지층과의 소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소장파 김용태 의원 또한 라디오에서 장동혁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을 맞아 명확한 사과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히며, "더불어민주당에 '개딸'이 있다고 해서 국민의힘에 '윤어게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이나 극우 유튜버(YouTube Creator)들과만 소통한다는 당내 우려를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12.3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 발표 기자회견
국민의힘 이성권, 김용태 등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장동혁 대표를 향한 이러한 변화 촉구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20퍼센트(%)대 중반의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중도층 확장 없이는 내년 지방선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당내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권영진 의원은 "우리가 변해서 제대로 된 야당의 길을 가면 무당층은 국민의힘에 온다"며 "지금대로 간다면 2018년 (보수 정당 지방선거 참패)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집권 1년 만에 치러진 2018년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곳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며 참패를 경험한 바 있다.
이처럼 초·재선 의원뿐만 아니라 중진 의원들까지 잇따라 변화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장동혁 대표는 상당한 압박감 속에서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 12월 1일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라며 당내 사과 요구를 일축했지만, 이제는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8일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고발회' 형식의 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도 지도부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장 대표는 당분간 의원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고 대내외 전략을 가다듬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장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언급하기보다는 장 대표에게 시간을 주자는 분위기도 감지되나, 장 대표 주변에서는 이날 윤 의원이 이재명 정부 6개월을 비판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를 직격한 점은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