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국 법원장 회의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 법원장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 법원장들은 5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등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 위헌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비롯한 각급 법원장과 소속 기관장 등 총 43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5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현안을 논의한 뒤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회의는 약 6시간 만에 오후 7시 55분께 종료됐다.법원장들은 회의에서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을 중점 논의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은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이며, 법왜곡죄는 재판·수사 과정에서 법관이나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다.

법원장들은 논의 결과 “위헌적 12·3 비상계엄이 국민과 국회의 적극적 노력으로 해제됨으로써 헌정질서가 회복된 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비상계엄 관련 재판의 중요성과 국민의 지대한 관심·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법안에 대해서는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며 “이들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국기에 경례하는 전국법원장회의 참석자들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원장들은 구체적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내란 관련 선고를 앞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관련 사건의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므로 국민들께서는 사법부를 믿고 최종적인 재판 결과를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각급 법원은 재판의 신속하고 집중적인 처리를 위한 모든 사법·행정적 지원을 다할 것임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사법제도 개편과 관련해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한 번 바뀌면 그 영향이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오랜 세월 지속된다”며 “특히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그 결과는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전국법원장회의, 발언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은 “사법제도 개편은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이론과 실무를 갖춘 전문가의 판단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무겁다”며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묵묵히 수행해 내는 것만이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길”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법원장들은 회의에서 지난 9월 22일 서울고등법원이 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 3대 특별검사 사건 항소심 진행 시 집중심리 재판부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언급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대법원을 제외한 각급 법원의 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차장, 사법연수원장, 사법정책연구원장, 법원도서관장 등 대법원 소속 기관의 최고위 법관이 모이는 자리로, 매년 12월 정기회의가 열린다.

당초 회의 안건은 사법보좌관 인사제도 개편, 법관 윤리 제고를 위한 감사 강화, 예산 전문화 및 집행 유의점 등이었으나 최근 사법개혁 논의가 거세진 상황을 고려해 서면 보고로 대체하고 법안 논의를 우선으로 변경했다.

대법원은 지난 9월에도 전국 법원장 임시회의를 열어 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과 관련한 논의를 나눈 바 있으며, 당시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