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발표하며 대만 방어를 인도·태평양 안보 현안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외교·경제·군사 분야를 아우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종합 전략 지침인 NSS를 공개했는데,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이후 3년 만에 나온 미국의 안보전략 지침서다.

이번 NSS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전면에 내세워 전 세계 동맹국들에게 방위 분담 확대를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국제질서와 동맹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대만 방어 최우선 전략화 및 동맹국 역할 강화 압박

새 NSS는 아시아 파트에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함으로써 대만 분쟁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명시하며, "우리는 제1 도련선(島線), 즉 오키나와에서 대만, 필리핀, 믈라카 해협에 이르는 지역 어디에서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만 해협의 현상 유지를 넘어 중국의 어떠한 침략 시도도 강력히 저지하겠다는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NSS는 그러나 미국이 이 목표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며 동맹국들의 역할 확대를 촉구했다.

특히,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제1 도련선' 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에게 ▲ 미국의 항구 및 기타 시설 접근권 확대 ▲ 자체 방위 지출 증액 ▲ 침략 억제를 위한 역량 강화 투자 등을 촉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 도련선'에 한국이 포함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 방어를 위한 한국의 역할 강화를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NSS는 또한 대만에 대한 오랜 선언적 정책을 유지하며, 대만의 일방적 지위 변경(독립 등)과 대만해협 현상 변경(중국의 대만 점령 등)을 모두 배척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미국 우선주의' 기반 글로벌 재편 예고와 중국 견제 심화

이번 NSS는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동맹국들에게 방위 분담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NSS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의 비용 분담 증가를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우리는 이들 국가에 적국을 억제하고 '제1 도련선'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역량에 초점을 맞춰 국방 지출을 늘릴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한일 양국에 대한 국방비 증액 요구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하기 위한 대중국 견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전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동맹국들의 무임승차나 무역 불균형, 약탈적 경제 관행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동맹국들이 GDP(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의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자국 방위에 지출하여 그동안 누적된 막대한 불균형을 메우기 시작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월 14일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는 "가능한 한 조속히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한국의) 국방비 지출을 GDP의 3.5퍼센트(%)로 증액한다"는 약속이 포함된 바 있어, 이번 NSS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NSS는 중국을 명시적으로 거명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자제했지만, 중국을 겨냥한 견제 메시지를 곳곳에 담았다.

▲ 약탈적이고 국가 주도의 보조금 및 산업전략 ▲ 불공정한 무역 관행 ▲ 대규모 지식재산권 도용 및 산업 스파이 ▲ 희토류 등 미국의 핵심 자원 공급망에 대한 위협 ▲ 펜타닐 원료 수출 등을 종식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또한 "경쟁국 중 어느 한 국가가 남중국해를 장악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이를 막기 위해 해군력 추가 투자와 일본, 인도를 포함한 유관 국가들과의 강력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돈로주의'를 통한 서반구 재편과 북한의 전략적 배제

NSS에 따르면 "대규모 이민의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과 함께 국경 안보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서반구에서의 우위 회복과 핵심 지리적 접근권 보호를 위한 '먼로주의'를 재확인하고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NSS는 특히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비서반구 경쟁국들이 서반구에 군대나 기타 위협적 역량을 배치하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산을 소유, 통제하는 것을 차단할 것"이라는 문구는 사실상 중국의 아메리카 대륙 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것으로, 최근 제기된 이른바 '돈로주의'(트럼프식 먼로주의)를 미국의 외교·안보 원칙으로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 29페이지 분량의 이번 NSS 문서에서 한국은 3회 등장한 반면, 북한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국가안보전략에서 북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중요도에서 밀려났음을 의미하거나, 혹은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전략적으로 회피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전략적 배제'는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보 정세는 물론, 한국 정부의 대미 외교 전략에도 새로운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