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무력 충돌을 벌이던 태국과 캄보디아가 자신의 중재로 교전을 중단하고 휴전 협정에 복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양국은 사실상 이를 부인하며 교전 중단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태국과 캄보디아 간 100년 넘는 국경 분쟁의 복잡성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와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양국이 오늘 저녁부터 모든 교전을 중단하고 원래의 평화 협정에 복귀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태국 군인 사상자를 낳은 도로변 폭탄 사건은 사고였으나 태국은 매우 강력하게 보복했다"며 "훌륭하고 번영하는 두 나라인데도 대규모 전쟁으로 번질 수 있었던 사태를 해결하는 데 내가 협력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2025년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부각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아누틴 태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후 교전 중단 합의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잘 진행됐다"고만 말했다.
아누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대 행위 중단, 군대 철수, 지뢰 제거를 캄보디아에 촉구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우리는 침략자가 아니라 보복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휴전만 선언하지 말고 그들(캄보디아)이 먼저 우리(태국)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해 캄보디아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캄보디아 정부는 훈 마네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교전 중단 발표 이후 캄보디아 국방부는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태국군이 F-16 전투기 2대를 동원해 여러 목표물에 폭탄 7발을 투하했다"며 "태국 군용기는 아직도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 교전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로 통치하면서 처음 측량한 817킬로미터(㎞) 길이의 국경선 가운데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점에서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은 지난 5월 소규모 교전에 이어 7월에 닷새 동안 무력 충돌을 벌였고, 당시 48명이 숨지고 3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후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나, 지난 11월 10일 태국 시사껫주 국경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태국 군인이 다치자 태국 정부는 휴전 협정 불이행을 선언했다.
이틀 뒤 캄보디아 북서부 국경지대에서 총격전이 발생하여 캄보디아 민간인 1명이 숨졌으며, 이달 초인 7일부터 양국은 다시 교전을 재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