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준비하는 수험생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지난 11월13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영국 주요 언론들은 '불수능'으로 불리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의 극악 난도를 집중 조명하며 한국 수능의 악명을 세계에 알렸다.

영국 BBC 방송은 12일(현지시간) 한국 수능 영어 영역이 악명이 높다며 일부 학생들이 고대 문자 해독에 비유하거나 '미쳤다'고 표현한다고 보도했다.

BBC는 올해 특히 어려웠던 문제로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법철학을 다룬 34번 문항과 비디오 게임 용어를 소재로 한 39번 문항을 그대로 실었다.

BBC는 39번 문제와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반응으로 "잘난 척하는 말장난",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글쓰기" 같은 비판을 소개했다.

BBC는 한국 학생들이 70분 동안 45문항을 풀어야 한다며 올해 영어 최고 등급 받은 응시자가 3%대로 작년 약 6%에 비해 줄었다고 밝혔다.

BBC는 매년 11월 치러지는 수능이 8시간에 걸친 마라톤 시험으로 대학 진학뿐만 아니라 취업 전망과 소득, 인간관계 등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당신은 한국의 '미친' 대학 입학 영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수능 영어 34번과 35번, 39번 문항을 소개했다.

텔레그래프는 한국 대학 입학시험 영어 영역이 평소에도 어렵기로 알려졌으나 올해는 특히 너무 어려워 일부 학생들이 '미쳤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 달린 영국 독자 댓글 중 "이 대학 입학시험은 왜 한국에는 삼성이 있고 영국에는 스타머 총리와 예능 프로그램이 있는지를 설명할 수도 있겠네"라는 풍자가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다른 댓글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입학시험 문제와 비슷하다", "모국어 실력이 좋다고 생각하는데도 39번 문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똑똑해 보이려고 길게 늘어놓았지만 의미없고 현실과 무관한 글"이라는 반응도 많은 공감을 받았다.

'긴장되는 순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지난 11월13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간 가디언은 수능 영어 고난도 논란으로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한 소식을 전하며 수능이 명문대 입학에 필수적이고 사회적 지위 상승과 경제적 안정, 좋은 결혼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학생들이 받는 극심한 압박이 세계 최고 수준의 청소년 우울증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24번 문항에 등장한 합성어 'culturtainment'가 큰 혼란을 일으켰으며 이 표현을 만든 학자조차 문제의 난해함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