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운용하는 우크라이나 병사.사진=연합뉴스

미국 육군이 지난 11월 하와이 여러 섬에서 진행된 대규모 훈련을 통해 장차 태평양 전선에서 중국과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드론전에 대한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장비와 전술을 전면적으로 개편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훈련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드론 기술과 전술을 적용했으며, 대규모 병력이 참여해 실전과 유사한 상황을 가정하고 진행됐다.

하와이 훈련에는 미군을 중심으로 대만,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 동맹국에서 온 병력까지 총 8천명 이상이 참가했다.

훈련 시나리오는 미국 동맹국의 섬 영토가 공격받아 적군이 먼저 상륙하고, 미군이 수 주 뒤 전투에 나서는 상황을 상정했다.

WSJ은 구체적으로 가상 적국이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미 육군은 지난 20여년간 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반군과 싸웠으나, 태평양 전선에서의 중국과의 전투는 제공권 장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군 병력이 섬에 흩어져 제한된 보급 지원 속에서 힘겹게 전투를 치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훈련은 미군 역할 병력과 가상 적군 역할 병력 모두 최신 드론 기술을 전면적으로 활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미 육군은 2주에 걸쳐 진행된 이번 훈련에서 최신 드론 장비들을 공개했으며, 상병 조시아 휘트는 정글 상공 약 6백 미터 높이에서 선회하는 정찰 드론 영상으로 가상 적군 병력을 파악했다.

반면 가상 적군 역할을 맡은 카마카니오칼라니 만 토미타 상사는 7대의 군집 드론을 활용해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상사 토미타는 1년 전 소형 쿼드콥터 드론 한 대만 운용했지만, 현재 7종류로 운용 범위가 늘어났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드론 전쟁에 대해 "솔직히 말해서 너무나 너무나 무섭다"고 소회를 밝혔다.

병사들은 첨단 군집 드론에서부터 3D 프린터로 제작한 저가 수제 자폭 드론까지 다양한 드론으로 상대방을 찾아 공격하는 훈련을 수행했다.

또한, 아이폰 크기의 드론 차단기로 적 드론을 교란하거나, M4 소총 끝에 장착해 날아드는 드론을 맞춰 떨어뜨리는 '스마트 슈터'를 활용한 방어 전술도 익혔다.

드론에 노출된 전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지휘소도 트럭 몇 대 규모로 축소하고 장비를 위장막 등으로 철저히 위장하는 훈련도 병행됐다.

WSJ은 "이런 체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장에서 전투 양상을 지배하고 있다"며 "값비싼 전투 장비에 오랫동안 의존해온 미국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기동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모성 장비가 중심이 되는 전혀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양한 드론이 동원되는 현실을 고려해 이번 훈련에서는 6백회가 넘는 드론 비행이 이뤄졌다.

미 육군 25보병사단 사단장 제임스 바솔러미즈 소장은 "현대 전투 현장의 진실은 누구나 노출돼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가 우크라이나에서 보고 배운 것은 일종의 고양이와 쥐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25보병사단의 두 개 여단 중 하나는 내년 제1도련선을 구성하는 필리핀으로 이동하여 이번 훈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숀 커리 사단 주임원사는 "여기 하와이에서 통했던 것들이 습도 섭씨 38도와 100퍼센트 습도 환경인 제1도련선에서도 통할지를 보려고 한다"며 실제 환경 적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